백남준 아트센터 기획전 - 다시 백남준을 켜다

기사입력 2012.01.03 13:49 조회수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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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음악’으로 구성된 타국의 프로그램이 공영방송의 전파를 타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벽을 넘어 소통하는 ‘비디오 공동시장’의 미래를 꿈꾸었던 백남준. 그는 특히 서구 사회의 아시아에 대한 무지와 그로 인해 야기된 소통의 단절과 전쟁이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의 교류로 해소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이상은 보스턴의 공영방송 WGBH에서 방송된 자신의 작품 안에 일본공영방송의 음악 프로그램을 통째로 넣은 4시간짜리 <비디오 코뮨>(1970)이라는 작업으로 실현되었다.

미국의 시청자가 자기 집거실에서 아시아의 공영방송을 보게 되는 경험. 위성 프로젝트가 불가능하던 시대에 비디오 작가만이 해낼 수 있었던 도전적인 실험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 백남준의 현재적 의미

기획전은 TV를 통한 세계 소통을 꿈꿨던 백남준의 야심찬 실험 <비디오 코뮨>의 실험정신과 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해를 기억하고 현재적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전시다. 때문에 이전 전시는 백남준과 미국의 WGBH, W-Net이 함께 벌였던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미술사적 고찰과 더불어 백남준과 동시대 작가인 앤트 팜, TVTV, 다라 번바움, 박현기,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역사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가브리엘 레스터, 웡 호이 청, 마틴 아놀드, 정연두, 임흥순, 박준범, 크리스텔레 뢰르, 하태범 등 오늘을 살아가는 작가의 텔레비전에 대한 예술적 개입과 발언을 포함한다.

이 전시에서 소개하는 백남준의 대표적인 작품은 TV방송국으로서는 드물게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예술가들과 작품을 제작했던 WGBH에서 만든 옴니버스 작품 <비디오변주곡Video Variation>과 <매체는 매체다Medium is Medium>이다. <비디오변주곡>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백남준, 러셀 코너Russell Connor, 더글라스 데이비스Douglas Davis, 스탠 반더빅Stan VanDerBeek 등의 비디오 작품이 어우러진 일종의 뮤직 비디오다.

특히 백남준이 베토벤의 음악에 맞춰 피아노가 불타는 이미지를 합성해 창작한 <일렉트로닉 오페라 No.2 Electronic Opera No. 2>는 비디오아트의 클래식이라 칭송받고 있으며, 문화사적으로도 MTV보다 10년이나 앞선 실험적인 콘텐츠다. 또한<매체는 매체다>는 마셜 맥클루언의 ‘미디어는 메시지다Mediais Message’를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백남준, 알랜 카프로Allan Kaprow, 오토 피네Otto Piene 등 6인의 작가가 만든 옴니버스 비디오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 최초로 소개 되는데, 미디어를 단순히 배척하거나 열광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환경의 하나로 인식했던 백남준의 현재적 의미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미디어 환경에 대한 사유

전은 또한 텔레비전과 텔레비전 수용자 사이에 발생하는 상호작용interaction, 미디어와 대중 간의 만남과 결합interface에 대한 예술가의 시선 그리고 미디어 환경에 대한 예술가의 개입intervention을 말하려 한다. 그중 1970년대 텔레비전의 소통 방식과 콘텐츠에 반대하여 독립적인 작품을 제작했던 ‘게릴라 TV운동’의 대표작가 TVTV의 <4년 뒤4 More Years>(1972)와 앤트 팜AntFarm의 <영원한 프레임The Eternal Frame>(1975)을 소개한다. 닉슨 대통령의 재선운동 현장의 인터뷰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퍼포먼스를 담은 두 작품은 TV 보도 현장의 이면을 담아내고 있다. TV 이미지와 카메라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 경종을 울리는 두 작품은 텔레비전의 소통 방식이 지닌 위험성을 일깨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TV 방송 프로그램이 지닌 시각적 장치에 의해 만들어진 대중의 신뢰를 꼬집는 정연두의 <공중 정원 Haning Garden>(2009)이 있다. 이 작품은 <역사 스페셜>과 같은 사실을 재구성하는 프로그램을 패러디함으로써 ‘보여지는 것’ 이면에 대해 질문한다.

한편 오브제로서 텔레비전, 혹은 환경으로서 텔레비전을 제시하는 작품도 소개한다. 한국의 1세대 비디오 아티스트 박현기의 <무제>(1993)는 그 자체로 오브제 그리고 삶의 요소로서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추상적인 비디오 조각으로 풀어냈다. 또한 네덜란드 작가 가브리엘 레스터Gabriel Lester는 <거주지 풍경Habitat Sequence>(2011)을 통해 2011년 대한민국 가정의 거실 속 공통분모를 모아 거실 풍경을 설치했다. 이 풍경 안에 당연한 듯 거실 중앙에 놓인 TV는 삶의 일부이자 필수 요소로 존재하는 텔레비전이라는 오브제의 명징한 위치를 보여준다. 이렇게 생활의 중심이 된 텔레비전의 위치는 임흥순 작가가 경기도 여성들과 함께 창작한<사적인 박물관II>라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에서도 발견된다. 작가는 평범한 주부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TV드라마와 자기 삶의 한 장면을 매치하여 창작해낸 장면을 묶어냈다.

마틴 아놀드Martin Arnold의 <그냥해 Passage a l’acte>는 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가 전달하는 가장 미국적인 풍경, 즉 단란한 식탁의 풍경을 리드미컬하게 편집하여 완전히 폭력적이고 일면 우스꽝스러운 풍경으로 전환시켜버렸다. 같은 맥락으로 하태범의 사진은 TV 뉴스 보도로 익숙한 테러와 재난 장면을 순백색 풍경으로 탈색하여 그대로 재현한 풍경을 담고 있다. 작품은 익숙하나 익숙해질 수 없는 풍경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매체 선정성의 극한을 보여주는 현대 미디어에 새로운 시선을 요구한다.

백남준은 자신의 비디오 작품 <글로벌 그루브Global Groove> (1979)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글로벌 그루브)은 지구상의 어떤 TV 채널도 쉽게 돌려 볼 수 있고, TV 가이드북이 맨해튼의 전화번호부만큼이나 두꺼워질 미래의 비디오 풍경이다.”
개인 각자가 자신만의 채널을 보유하고 글로벌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 심지어 쌍방향으로 피드백이 가능한 시대. 복제 매체가 재생산해내는 어마어마한 콘텐츠의 시대. 이러한 미디어 환경은 우리의 삶을 또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혹은 그 환경을 우리가 어떻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이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사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글 : 이채영(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실)
사진 : 윤용식
도판 :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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