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뼈다귀를 훔쳤다 展, 오는 15일부터 경기상상캠퍼스 디자인1979 전시실A

기사입력 2024.02.14 09:17 조회수 1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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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의 ‘욕심 많은 개’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어느 날 개는 크고 탐스러운 뼈다귀를 얻어 입에 물고 가는 길에 물 위의 다리를 건너게 된다. 그 개는 다리 아래 물속의 개가 물고 있는 뼈다귀를 보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그 개를 보고 짖으면서 입에 물고 있던 뼈다귀를 놓치게 된다. 이 전시는 이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개는 과연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욕심을 부려 뼈다귀를 놓치게 된 것인가? 아니면, 개의 본능이 뼈다귀를 놓치게 만든 것인가? 개의 모습을 해석하는 인간이 너무 자의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닐까 하는 물음말이다. 


과연 우리는 개의 행동을 정확하게 바라본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예’ 그리고 ‘아니오’이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이 전체를 대변할 수도 혹은 그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 ‘장아함경(長阿含經)’의 ‘맹인모상(盲人摸象)’ 이야기와 같이 ‘욕심 많은 개’의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단편적이면서 국한되어있는 성질을 지닌다는 것을 알려준다. 코끼리를 만지는 맹인이나 개를 해석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인간의 인식이란 것이 어떤 상황에 대해 전체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자신의 주관적인 추측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설사 그 결과가 잘못 인식된 판단들 안에서의 편차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맹인과 개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우리는 극히 일부분의 내용만 경험하기 때문에, 맹인이 만진 일부가 코끼리의 전체인 줄 알고, 개의 욕심이 이야기의 전체인 줄 아는 모순을 가지게 한다. 이는 전체와 일부의 관계를 다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 둘의 이야기에서 코끼리와 개의 이야기는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고, 경험해 보고,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주관적 세계의 한계이고, 사람들은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는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수많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주관적 세계의 한계를 점점 체화시켜 융화하는 것으로서, 각자의 주관적 세계를 확장한다. 이러한 방법론적 입장에서, 본 전시는 예술적 목적을 이야기한다. 하나의 사물, 현상, 물질, 개념을 여러 방향으로 해석하고, 이를 상호작용하게 하여 관람자에게 전달하려 하는 경험을 10명의 작가와 만들어낸다.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이 그저 예쁜 무엇인가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여러 방향으로 나의 세계를 넓히고, 다른 세계와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우주를 창출해 내는 것이라면, 이 전시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모험을 열어 세계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접점이 될 것이다. 여러 이야기가 채워진 세계에서 개의 이야기도 맹인의 이야기도 새롭게 해석되는 과정, 이를 통해 온전한 모습의 개의 마음과 코끼리가 보이는 경험은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에게 각자가 가진 세계를 생각하게 하는 의미가 되길 기대한다. 


- 김한별(독립큐레이터)

[강성남 기자 ggart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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