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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야, 꿈의 정원_LOVE part 11, 74.5x74.5cm, Acrylic and Gutta on Canvas, 2012
호야는 일관되게 샴Siam 시리즈를 통해 이미지의 신체에 주목해온 작가다. 그는 이미지 역시 하나의 신체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 보기 드문 작가군에 해당한다. 일찍히 수많은 예술가들이 보여왔던 진부한 구도나 색체의 고민으로부터 벗어나 그는 자신이 투영하려는 이미지가 스스로의 생명으로 그림 속에서 꿈틀거리기를 바란다. 몇 번의 전시를 통해 우리가 이미 확인한 바 있지만 그가 특별히 선택한 작품의 질료와 색체를 통해서도 이러한 그의 고집은 두드러져 보인다.
그에게 이미지는 작가에 의해 하나의 변형된 신체이며 그에게로 가서 대상은 하나의 이미지와 신체가 만나는 혈자리가 된다. 그에게 작업이란 이미지들이 숨쉴 수 있는 대상을 고르는 일이며, 그에게 드로윙(drowing)이란(그는 자신의 작업에서 초기 드로윙을 매우 중요시하는 작가다) 자신의 이미지들끼리 어떻게 이 세상에 존재한적 없는 구도 속에서 섭생할 것인지 관계를 만들어 주는 일이며 그에게 구도란 세상에 존재해온 이미지들 사이에 틈을 만들고 그 사이를 유영하는 일에 다름아니다. 그는 이미지를 만드는 제작가가 된 적이 없다. 그는 지금도 남몰래 자신의 이미지에 호흡을 불어넣고 있을 뿐이다. 어두운 창고에서 그의 호흡을 받아먹은 이미지는 살을 얻고 피를 흘리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눈을 뜨기도 한다. 그는 살을 믿는자이다.
그가 집중해온 샴Siam 시리즈의 독특하면서도 진귀한 풍경에 대해 이미 존재해온 세론(世論)-기존의 미학적 비례-을 등장시켜 거들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그의 작품이 일관적으로 지켜온 침묵의 배열에 대해 말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그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이 고결한 몽환과 도도한 침묵에 대해 어떻게 말할 것인가? 나는 몇 번인가 그의 텍스트 속으로 메아리를 던져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내 필기술의 형용사가 그의 작품이 지닌 원심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참하게 밖으로 밀려나오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러한 경험은 어떤 우주를 경험하는 자에게만 제공되는 여행이었을까? 아마 그건 호야의 작품을 뚜렷하게 응시할수록 그의 작품이 지극히 신비로우면서도 너무도 구체적인 선명성을 지닌 텍스트로서 아스트랄(astral)한 시적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호야는 자신의 그림 속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호야는 자신의 그림 속에서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가? 그는 선을 여행이라고 믿는자이다.
▲ 호야, 꿈의 정원_LOVE part 3, 112x162cm, Acrylic and Gutta on Canvas, 2012
호야의 첫 번 째 샴Siam이 <몽환의 기형성>에 초점을 두었다면 호야의 두 번 째 샴Siam이 <특별한 여행>에 다다르고 있었다면, 이번 호야의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호명술(呼名術)을 필요로 한다. 호야의 호명법은 이번엔 민화를 불러온다. 아니 18세기 세간을 포기하고 산기슭으로 기어들어가 자신의 음란하면서도 환영에 가득찬 철필을 믿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한 화가의 절명(絶命)에 대한 답가처럼 호야는 자신이 지속해온 이 <초록과 붉음으로 물든 한기>를 자신이 만든 민화로의 초대라고 부르고 싶어하는것 같다. 그는 자신의 이 몽롱한 신체들을 민화의 피부에 이식시켰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가 눈을 막 뜨게 해준 새들과 고양이와 짐승들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낯선세계를 두리번 거리고 있다. 당신들은 그 눈동자들과 마주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아무도 모르는 눈동자를 데리고 산다.
호야의에는 상사화가 가득 피어있다. 상사화(magic lily)는 꽃과 잎이 함께 피지 못하는 화초(花草)이다. 상사화는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어떤 꽃도 가지지 못하는 구근을 가진 채 이 세상의 바람에 잠시 흔들리다가 스러져간다. 상사화는 봄에 선명한 녹색의 잎이 무더기로 나온후 잎이 모두 말라없어진 다음, 꽃대를 밀고 나와, 그 끝에 여린 몇 송이의 꽃을 피우곤 간다. 잎과 꽃이 동시에 피지 않는다 하여 잎과 꽃이 서로를 그리워 하다가 간다. 그의 민화에 담긴 꿈은 이러한 목측을 예감하는 자에겐 눈물겨운 색채와 질료를 드러낸다. 가만히 다가가 손을 뻗어 뭉클한 그의 생명들을 더듬거리고 싶어진다. 민화속에 담긴 짐승과 식물들은 같은 세계<시차>에 놓여 있지만 서로 다른 세계<시차>에 살고 있는 듯 하다. 서로를 만나기 위해 그들은 눈동자를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날개를 펴기도 하고 이 가지에서 저 나뭇잎으로 체액을 옮기기도 한다. 그는 그리움을 아는 자이다.
민화의 매력은 표정에 있다. 민화(民花)는 민화(民話)이기도하다. 희화화된 민화의 특징은 그림 속을 차지하는 대상들의 기묘한 표정이 말하는 화술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호야의 민화에서 한가지의 표정과 화술을 발견하기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가 자신의 화폭속에 산기슭을 흘려놓고 그 곳에 공작이나 산제비 나비 몇을 둥둥 떠다니게 하는 동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세상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그림 속에는 너무나 살뜰하고 다정하며 아름답지만 우리가 다다를 수 없는 나라의 표정들이 너무 많다. 그의 화술(畵術)은 아직도 가난하지만 매혹과 지독한 허기로 가득차 있다. 그는 세상의 어떤 화가들보다 자신의 이미지를 ‘살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이므로. 김경주(시인, 극작가)
전시작가 : 호야(Hoya)
전시일정 : 2012. 09. 19 ~ 2012. 10. 02
초대일시 : 2012. 09. 19 PM 5:00
관람시간 : Open 11:00 ~ Close 18:00
전시장소 : 갤러리 도스(Gallery DOS)
전시문의 :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15-52 / 02-737-4678
홈페이지 : www.galleryd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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