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당연히 공격해야 한다고 한 것은 내 생각과 매우 부합하며, 이는 하늘이 그대를 내게 준 것이오."

기사입력 2012.02.06 00:32 조회수 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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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매니아라면 누구나 각자가 좋아하는 삼국지의 명장면이 있을 것이다.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맹세하는 장면, 동탁을 토벌하기 위해 군웅들이 모였을 때 관우가 데운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의 목을 베고 돌아오는 장면, 절대열세였던 조조가 화북의 강자였던 원소를 관도에서 무찔렀던 장면, 관우가 조조 곁을 떠나 유비를 만나러 가는 장면, 유비가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가는 삼고초려 장면, 적벽에서 유비와 손권 연합군이 조조를 격파하는 장면, 관우가 여몽의 습격을 받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장면,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위해 오나라를 쳐들어 가는 장면, 제갈공명이 출사표를 올리고 천하를 얻기 위해 북벌에 오르는 장면 등 삼국지엔 두고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면이 많다.

필자가 삼국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명장면은 두 개가 모두 오나라와 관련이 있다. 하나는 손책이 스물 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음에 이르러 아우인 손권에게 "천하를 노리고 싸우는 일이라면 그대는 나보다 못하지만, 어진 사람을 끌어 들이고 능력 있는 이를 뽑아 강동을 지키는 것은 내가 그대만 못하다."고 유언을 남기는 장면이고, 다른 한 장면은 바로 "그대가 당연히 공격해야 한다고 한 것은 내 생각과 매우 부합하며,이는 하늘이 그대를 내게 준 것이오."라고 손권이 주유에게 말하고는 조조와의 결전을 결심하며 그 유명한 적벽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다. 형주를 점령한 조조의 대군을 맞아 항복을 할 지 싸워야 할 지 결정을 못해 치열하게 열전이 펼쳐진 오나라에서 손권은 싸우자는 주유의 의견을 듣고 마침내 보검으로 탁자를 베며 굳은 결심으로 적벽대전을 준비한다.

위, 촉, 오라는 세 나라의 이야기를 제목으로 뽑은 삼국지라는 소설이 가능하게 했던 전투, 적벽대전. 적벽대전에서 조조군이 승리를 거두었다면 오나라나 촉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삼국지라는 소설도 어쩌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적벽대전은 아마 동양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일 것이다. 삼국지라는 너무나 유명한 소설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던 전투였기 때문이다. 제갈공명이라는 삼국지의 중후반부를 책임지는 중요한 인물의 부각, 오나라의 총사령관인 매력적인 인물 주유의 등장, 위나라와 오나라의 책략전, 오나라군의 화공작전 등 삼국지에서 표현하는 적벽대전은 너무나 화려하다.

화북지방과 함께 형주를 평정하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조조의 대군을 맞아 손권은 얼마나 큰 고심을 했겠는가. 조조에게 항복해 조조의 신하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워서 죽음을 당하든지, 아니면 이겨서 한 나라의 군주가 될 것인지...같은 수의 군사끼리 전투를 펼친다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데,하물며 훨씬 더 적은 수의 군사로 대군을 상대하겠다는 결심을 한다는 건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런 어려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총사령관인 주유. 손권에게 주유는 천하를 다툴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데 적벽대전의 승리 후 주유는 애석하게도 일찍 죽음에 이름으로써 오나라는 그 후 결코 다시는 천하를 넘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인생을 살며 우리는 어려운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우리가 역사를 읽고 배우려는 이유 또한 역사 속엔 우리보다 먼저 그러한 어려움에 부딪혀 슬기롭고 현명하게 살아간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조의 대군을 맞이하여 대부분의 신하들은 항복하기를 원했지만, 주유는 그 어려움 속에서도 조조군이 기병을 버리고 수군에 기대어 싸우려고 하는 것, 마초와 한수의 존재, 날씨가 추워 말에게 먹일 꼴이 없다는 것, 중원의 병사들에게 멀리 강호의 땅을 건너도록 하여 반드시 질병이 생길 것이라는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 가능성을 뛰어난 전략과 전술로 실현시킴으로써 어려움을 오히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었다.

어려움은 언제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 그 어려움을 현명하게 극복하면 우리는 더 큰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그 어려움에 굴복해 포기하면 우리에겐 더이상 발전이란 없다. 언제 어디서든지 어려움은 다가온다. 어려움이 올 땐 언제나 더 큰 행운이 함께 옴을 잊지 말자. 물론 그 어려움을 현명하게 잘 극복해 낸 후에 말이다.

[정기석 기자 ael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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