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공명이 있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소."

기사입력 2012.01.16 00:23 조회수 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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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로서, 책을 조금이라도 읽어 봤고, 역사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다면 어찌 삼국지를 모를 수 있을까? 유비, 조조, 손권, 원소, 여포 등의 영웅호걸이 천하를 두고 펼치는 치열한 전략과 승부. 필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삼국지를 읽었고, 그 후로 열혈팬이 되었다. 나관중의 삼국지 뿐만아니라 삼국지의 각 주인공을 분석한 책이 나올 때마다 읽곤 했다. 삼국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도 얼마나 재미있던가. 지금도 삼국지에 등장하는 각 인물의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삼국지를 소재로 하는 새 책을 발견할 때마다 그 기쁨 또한 얼마나 크던지...

사실상 삼국시대의 주인공은 조조다. 중원의 대부분을 장악해 아들 조비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관중의 삼국지는 유비와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조조는 악역을 맡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동아시아 어딘가에선 많은 이들이 삼국지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중에 내가 첫 번째로 뽑는 한 마디는 나관중 삼국지의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 "나에게 공명이 있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소." 라는 유비의 말인데, 이 말은 물과 물고기처럼 아주 친밀하여 떨어질 수 없는 사이를 일컫는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 냈다. 아무리 헤엄을 잘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물고기라도 물이 없으면 그 능력을 보여 줄 수가 없는 것처럼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관우와 장비, 조운 같은 장수는 있어도 전략가가 없어서 자신의 땅 한 평 없이 전전긍긍하던 유비에게 제갈량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을까.

아무리 훌륭한 리더라고 해도 모든 걸 다 잘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역사 속 리더에겐 항상 뛰어난 참모가 있다. 조조에겐 곽가나 순욱, 순유, 가후 등이 있었고, 손권에겐 주유와 노숙이 있다. 은나라를 물리치고 주나라의 시대를 연 무왕에겐 강태공이,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의 유방에겐 소하와 장량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에겐 정도전이 있다. 이들의 관계는 리더가 참모에게 무조건 명령을 내리는 관계가 아니라 리더는 참모에게 좋은 의견을 구하고, 참모는 자신의 계책을 리더에게 올린다. 훌륭한 리더는 항상 참모의 의견을 중요시 했고, 참모 대하기를 스승 모시듯 했다. 그래서 유비는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시대엔 어떤가? 한 조직의 리더라는 분들이 훌륭한 인재를 얻기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인재를 얻기 위한 노력은 커녕 부하직원의 의견을 물어보고 실행하는 리더가 얼마나 있을까? 자신보다 나이 많은 직원을 뽑을 수 있는 리더가 얼마나 될까? 부하 직원을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하인 취급하는 리더가 많은 한 이 나라는 결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필자의 소원이 하나 있다면 이 나라에서 반말이라는 게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열 살 소년과 일흔 살 노인이 서로 높임말로 대화하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면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줄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 세상이 오면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지금보다 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좋은 의견을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묻기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 세 살 아이를 보라. 끝도 없이 엄마에게 묻는다. 더이상 궁금한 게 없을 때, 궁금한 게 있어도 더이상 물어볼 상대방이 없을 때, 그 때 인생은 멈추는 게 아닐까.

[정기석 기자 ael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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