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을 잘 하는 사람이 꼭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며,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반드시 실천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기사입력 2012.01.01 23:01 조회수 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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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회는 예로부터 말을 잘 하거나 많이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고, 항상 경계했다. 말을 잘 하면 남을 속이기 쉽고, 말을 많이 하면 실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남자라면 어렸을 때부터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다', '남자가 뭐 이렇게 말이 많아.' 등의 말을 많이 들어봤을 거다. 논어(論語)에도 '군자는 말하는 데엔 어눌하나 행하는 데엔 민첩하다.', '인이라는 것은 말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다.', '행하기가 어려운데 말을 하면서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함부로 말하면 실천하기 어렵다.' 등의 공자님 말씀이 자주 등장 한다.

"실천을 잘 하는 사람이 꼭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며,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반드시 실천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사마천의 사기 중 '손자·오기열전'에 나오는 사마천의 말이다. 전쟁터에서 손빈의 전략은 뛰어났지만, 자신의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막지는 못했고, 오기는 왕에게 나라의 보배는 임금의 덕행에 있지 지형의 험준함에 있는 게 아니라고 충언은 했지만, 정작 오기 본인은 초나라에서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어서 목숨을 잃게 된 것을 사마천이 슬퍼하며 언급한 말이다.

말하는 건 쉽다.별 힘도 들지 않는다. 다섯 살 먹은 아이도 왠만한 말은 다 할 줄 안다. 그런데 한 번 내뱉은 말은 결코 주어 담을 수 없다. 그리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갈 수도 있다. IT기기가 발단한 이 시대엔 금방 글자로 바뀌어 전 세계로 돌아 다닐 수도 있고, 온라인 세상에서 두고두고 살아 움직일 수도 있다. 사랑을 담은 한 마디의 말은 어떤 이에게 삶의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악플 하나로 어떤 이는 평생동안 잊지 못할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그렇게도 '말'이라는 것을 경계하고,조심스러워 했던 것일텐데, 우리 사회는 이미 '말'을 숭배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말 잘 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말 잘 하는 이를 좋아하고, 말 잘 하는 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커져만 간다. 말을 잘 못 하는 사람은 리더가 되기도 어렵다. 말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강사가 말을 잘 하는 건 능력이다. 그런데 한 조직의 리더가 말 잘하는 게 과연 그렇게도 중요한 능력일까? 부하들을 데리고 전쟁터에서 싸워야 할 소대장에게 말 잘 하는 능력이 그렇게도 중요할까? 부하들의 의견을 듣고, 부하들의 능력에 맞게 임무를 맡기고, 부하들이 스스로 힘 내서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능력보다 말 잘 하는 능력이 소대장을 뽑을 때 더 중요할까?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후보'는 TV토론을 최대한 많이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에 비해 '박원순후보'는 토론을 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나경원후보는 말 잘 하는 거에 자신이 있었고, 자신의 외모 또한 시청자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원순후보는 말에 서툴렀고, 외모도 그리 장점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TV토론을 계속 하자는 나경원후보의 요청을 거절하곤 했다. TV토론에선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면 말을 논리적으로 잘 하는 게 중요하다. 답변을 하려고 시간을 끌거나, 실수라도 하는 날엔 시청자에게 점수를 깎이고 만다. 깊이 생각하고 천천히 대답하려는 후보자에게 TV토론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런데 말 잘 하는 것이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인가? 말을 잘 못 하면 서울시장을 제대로 할 수 없을까? 말 잘 하면 과연 공약도 잘 지킬까? 말 잘 하는 리더를 부하들이 좋아할까? 말만 잘 하고, 지키는 게 없으면 오히려 부하들 사기가 꺾이는 게 아닐까?

지난 4년동안 우린 말 잘 하시는 분을 대통령으로 모셔왔다. 그분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엄청난 공약을 제시하셨다. 대통령이 되신 후에도 온갖 미사여구로 국민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셨다. 그런데? 그래서?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나아졌나? 그 많은 공약 중에 제대로 이루어진게 뭐가 있나? 5,000년 동안 우리와 함께 해 온 소중한 4대강을 파괴 시킨 것 말고 무얼 했나? 그래도 국민들은 계속해서 말 잘 하고, 말 많이 하는 이를 리더로 뽑을까? 아니면 어렵게 한 마디를 말하고, 그 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를 선택할까?

선거의 해 2012년이 드디어 밝았다. 4월 11일엔 국회의원선거, 12월 19일엔 대통령선거가 기다린다. '이 놈을 뽑든 저 놈을 뽑든 다 똑같다.'라고 말하며 또 투표장에 안가실건가? 어떤 놈이 더 나은 놈일지 조금이라도 비교해 보고 찾아보는 노력을 해 본 적이 있으신가? 언제나 진리는 단순하다. 그동안 약자의 편에 서서 살아왔고, 깨끗하게 살아온 놈이 윗자리에 앉아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법이다. 말만 잘 하고, 실천할 줄 모르는 놈은 윗자리에 앉아도 말만 할 뿐이다. 일을 어떻게 이룰까는 생각도 하지 않고, 부하들에게 무조건 '하면 된다.'고 명령만 내릴 뿐이다. 말하는 만큼 실천해 온 자만이 윗자리에 올라서도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일단 말 잘 하고, 말 많이 하는 놈은 경계해 봐야 한다. 말 한 마디라도 어렵게 꺼내고, 말을 어눌하게 하는 사람이 괜찮은 놈일 가능성이 높다. 사기꾼 중에 말을 어눌하게 하는 이를 본 적이 있는가? 한 표라고 막 던지지 말자. 세 표 차이로 떨어지는 후보자도 있더라. 제발 말 한 마디를 무겁게 꺼낼 줄 아는 놈을 윗자리에 앉혀 보자. 제발 말하기 전에 실천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놈을 대표자로 뽑아보자. 제발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만나보자.

[정기석 기자 ael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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