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란, 재주를 가지고 착한 일을 하고, 소인은 재주를 가지고 악한 일을 합니다."

기사입력 2011.12.18 22:45 조회수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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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각자 자신이 지닌 재주로 사회를 풍요롭게 해준다. 벼와 감자, 배추 등을 잘 키우는 농부의 재주는 우리의 세 끼를 책임지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베토벤의 비창소나타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재주는 우리의 감성을 따뜻하게 해주고, 크림파스타를 만드는 요리사의 재주는 우리의 입맛을 행복하게 해준다.

헤어디자이너의 재주는 또 어떤가? 시인은? 영화감독은? 의사는? 조종사는? 그런데 왜 TV만 틀면 뇌물 받은 정치인부터 세금 포탈한 대기업회장, 가짜 고추가루를 만들어 판 상인, 학생을 때린 선생님, 선생님을 때린 학부모 등 갈수록 사회가 어지럽고 각박해져 가는 소식만 들리는 것일까?

"군자란, 재주를 가지고 착한 일을 하고, 소인은 재주를 가지고 악한 일을 합니다."는 중국의 송나라 때 사마광이 지은 자치통감(자치통감1, 옮긴이 권중달, 도서출판 삼화, p.52)에 있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의 대부 '지선자'가 능력만 뛰어나고 어질지 못한 '지요'를 후사로 삼았다가 지씨가 멸족을 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마광이 했던 말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1년에 300조라는 돈을 움직일 수 있는 자리다. 물론 국회의 심의를 받긴 하지만, 제대로 심의를 받는지도 의문이다. 1억원도 아니고 300조? 300조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도 가지 않지만, 아무튼 당신이 그동안 열심히 모은 300조라는 돈을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면 과연 어떤 사람에게 맡기겠는가? 부동산투기로 돈 벌어서 자기 혼자 배불리 먹어온 사람? 하청기업을 괴롭혀 자기들만 돈 잔치를 해 온 대기업 사장? 대기업에 뇌물 받고 움직여 온 판검사 출신? 친인척들이 사놓은 땅을 개발지구로 바꿔주는 정치인?

언제나 진리는 간단하다. 나는 결단코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진 않겠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루 아침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난 4년동안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쳐온 부동산투기자가 그 자리에 앉았을 때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잘 봐왔다. 검술실력만을 보고 호위무사를 뽑으면 그 무사가 나를 죽일 수도 있다. 검술을 좋은 일에 써 온 무사를 뽑아야만 적어도 나를 지켜 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현재는 그 사람의 살아온 과거가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무사의 검술능력 만큼 덕성도 중요시 해야한다.

삼국지에서 인재의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등용한 대표적인 사람이 조조다. 그 덕분에 천하통일의 기반을 닦기도 했지만, 조조가 세운 위나라는 조조 사후 어떻게 되었는가? 얼마 못가서 간단하게 사마씨한테 넘어가 버렸다. 천하를 통일한 위나라가 외적에 의해 멸망한 것이 아니라 신하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이다. 그에 비해 덕으로 인재를 이끈 유비가 세운 촉나라는 어떤가? 유비가 죽은 후에도 승상이었던 제갈공명은 약한 국력의 촉나라로 위나라와 계속해서 싸웠고, 제갈공명이 죽은 후에나 촉나라는 약한 국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위나라에 의해 멸망한다. 촉나라는 위나라보다 국력이 낮아서 멸망한 것이지 결코 신하들이 배신해서 멸망한 것이 아니다. 능력이라는 것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훌륭한 요리사가 쓰면 멋진 요리가 만들어지지만, 도둑이 쓰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능력만을 최고로 생각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물론 그런 능력자가 사적인 공간에만 머물면 별 상관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능력만 갖추고 덕성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공적인 자리에 올라간다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자리에서 뛰어난 능력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사람을 물면 아픈 정도지만, 호랑이가 사람을 물면 죽는다. 능력이 뛰어난 자일수록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잘 챙긴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이다.

자기 이익만 생각할 줄 아는 무사들이 우글거리는 사회는 어떻게 되었는가? 100년이 넘도록 사무라이들의 전쟁으로 얼룩진 일본의 전국시대가 잘 말해주고 있다. 그 피해는 임진왜란을 통해 옆 나라 조선에도 잊지못할 상처를 남겼고, 지금까지도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뛰어난 능력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쓰는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 그런 사회에 과연 희망이 있는가? 그래도 약간의 희망이 있다면, 그 시작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 온 어질고 능력있는 인재를 윗자리로 올려 보내는 것이 아닐까?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그런데 과연 그런 인재가 있다해도 우리 국민에게 선택 받을 수 있을까...

[정기석 기자 ael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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