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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젊은 작가展
스위스 젊은 작가展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2012년 연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첫 기획 “Switzerland in SongEun” 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특정 국가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복합문화 프로그램으로, 미술전시와 더불어 아티스트 토크를 비롯한 강연회 및 문화 프로그램을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이게 된다. 그 시작으로, 스위스 현대미술의 주역인 젊은 작가들을 선보이는 전시 “Reflections from Nature: 스위스 젊은 작가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고 또한 여수엑스포에 참가하는 스위스가 가진 문화/산업 다방면에서 ‘혁신적이고 미래 지향적인’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준비된 ‘Swiss Weeks in Seoul’ 프로젝트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것이다. 전시 주제는 “Reflections from Nature”로 지리적 환경 및 생태와 본성 모두를 아우르는 ‘자연(Nautre)’이라는 개념이 작가들의 해석을 통해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를 조명한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속적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자연’의 의미를 스위스 역사와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참여 작가들의 개인적인 환경과 경험을 통해 해석된 조형언어로 선 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는 스위스예술위원회 프로 헬베티아(Pro Helvetia)의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Collection Cahiers d'Artistes” 작가들 중, ‘Nature’에 대한 탐구와 접근을 보여주는 작가들을 선정하여 기획되었다. 송은 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스위스 양국간의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송은 아트스페이스(www.songeunartspace.org)에서 4월 21일까지 열린다.문의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18-2 / 02-3448-0100■ 작가설명 샤퓌자 형제 The Chapuisat Brothers (Gregory Chapuisat & Cyril Chapuisat) 그레고리 샤퓌자(1972-), 시릴 샤퓌자(1976-)는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공동작업을 하는 형제 작가로, 2009년도 ‘Cahier d’Artistes’에 선정된 바 있다. 과학을 전공한 그레고리는 이후 미국 LA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미술을 공부하였고 동생 시릴은 영국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애니매이션을 공부했다. 샤퓌자 형제는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 팀으로 활동하며 주로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목재와 같은 재료들로 공간을 탐구하는 건축적인 조형 설치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샤퓌자 형제는 전시장 안팎을 넘나들며 공간 및 장소성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해 왔는데, 관객으로 하여금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미로 같은 통로를 탐험하게 함으로써 장소와 시각의 전이를 체험케 하는 것이 바로 이들 작업의 특징이다. 특히 샤퓌자 형제의 정체성과 작품세계는 작가 스스로 정의 내리듯이 ‘노마디즘(Nomadism)’ 즉,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과 같은 생태와 매우 밀접하다. 송은 아트스페이스의 ‘공명(Resonance)’ 역시 미로 같은 통로로 관객이 2층부터 4층까지 오르내리며 침실, 부엌, 사무실 등이라 칭해지는 밀실 같은 여러 공간들을 비롯해 ‘Stammtisch’ 즉,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일종의 단골 손님용 식탁을 선보인다. 설치물 정상에는 일종의 제단 및 성소와 같이 매우 내면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유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새롭게 조형된 샤퓌자 형제의 ‘공명(Resonance)’ 즉, 울려 퍼짐을 통해 국내 관람객과의 열린 소통을 시도한다. 에이드리안 미시카 Adrien Missika (1981-) 에이드리안 미시카는 파리 태생이나 주로 스위스 제네바에 거주하며 사진, 드로잉, 비디오, 설치에 걸쳐 다양한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미시카의 작업은 ‘이미지를 지각하는 것’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들은 우리가 직접 보는 실존 현상이나 물질 외에 타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의도적으로 기록된 사진, 영상과 같은 지표들에 의해 이루어져있다. 작가는 ‘실재’와, ‘실재를 근거로 만들어진 이미지’간의 격차, 그리고 인식 주체가 만들어내는 환상과 기대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허상에 대해 주목한다. 작가는 이러한 간극의 차이를 주목하고 일상에서의 자연풍경, 현상 등의 이미지들에 대한 탐구를 모색한다. 출품작 Love to Death 는 총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프랑스 영화감독 알렝 레네(Alain Resnais)의 작품 "L'amour à Mort"(1984)에서 발췌한 장면이며 2부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폴리스티렌 눈이 날리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3부는 실제로 스위스에서 촬영한 눈의 모습으로 사람의 숨소리가 사운드 트랙으로 담겨져 있다. 뤽 오보르 Luc Aubort (1971-) 뤽 오보르는 스위스 북서부에 위치한 라 쇼드퐁(La Chaux-de-Fonds)에서 출생했으며 현재 스위스 로잔(Lausanne)에 거주하며 작업활동을 하고 있다. 2010년도 ‘Cahier d’Artistes’ 선정 작가로, 물질(material)과 형태에 대한 탐구와 사유의 흐름들을 제시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작가에게 물성(物性) 자체는 그것을 이루는 오브제의 근간이자 문화를 함유하는 대상이다. 버려진 가구의 일부분 혹은 주변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모든 오브제 일체가 작가에게 소통의 매개체이자 사물의 본질에 대한 관념적인 사색의 경로가 된다. 작가는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분리된 물성에 색을 덧칠하거나 아상블라주와 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조합과 맥락을 만들어 또 다른 물성을 창조해 낸다. 오보르의 이러한 접근은 깊은 사유의 과정을 거치거나 혹은 그와 반대로 직관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뤽 오보르의 사물과 본성에 대한 해석은 ‘Nature’를 투영하고자 하는 본 전시에 있어 매우 흥미로운 조명이 될 것이다. 프란치스카 푸르터 Franziska Furter (1972-)프란치스카 푸르터는 스위스 취리히 출생으로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작업 중이며 2008년도 ‘Cahier d’Artistes’ 선정작가이다. 흑연 드로잉, PVC 조각 등의 작업을 해왔으며 주로 자연, 코믹 만화, 영화나 인터넷 등으로부터 이미지들을 차용하여 새로운 시각과 환영을 제시해왔다. 2000년 이래 스위스 국내 전시를 포함해 다수의 해외 전시들에 참여해 왔다. 최근에 작가는 폭풍, 기류와 같은 기상학적인 용어들을 전시주제로 삼아 기다림, 정지와 같은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푸르터는 일본 만화 이미지에서 차용한 거대한 드로잉 ‘Promised’ 를 비롯해 본인 특유의 이미지 탐구를 보여주는 거대한 컷 아웃 작품 식물 ‘몬스테라(Monstera)’를 선보인다. 2차원적인 드로잉을 3차원으로 옮긴 ‘몬스테라’와 거룩한 바람을 뜻하는 ‘신풍(信風, Kamikaze)’와 ‘Pitch’ 는 작가가 각 작품들이 담고 있는 의미에 오로지 집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색을 절제함으로써 명상적이고도 내면적인 투영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만화책에 등장하는 비누거품과 같은 형형색색의 ‘Ring’은 원 안에서 순환하고 있는 에너지를 담아내고 있는데 작가는 자연에 대한 자신만의 시적 은유들을 시각화함으로써 섬세하고도 독창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아주 평범한 판화展 - 유명 작가 그룹전
아주 평범한 판화展 - 유명 작가 그룹전
말 그대로 아주 평범한 판화들만 모아놓았다. 하지만 그만큼 하나쯤은 소장하고 싶은 작품들이다. 파블로 피카소, 데미안 허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이 멀게만 느껴졌다면 이들의 판화작품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현대미술에서 판화는 하나의 작품으로서 소장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한정된 에디션 넘버로 컬렉팅의 새로운 묘미를 주기도 한다.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여파가 미술시장에 끼친 영향은 아직까지도 시원하게 가시지 않고 있다. 큰손 컬렉터들의 과감한 투자는 주춤하고 있으며, 현대미술 경매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그리워진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가들의 작품에 대한 가치는 지속적으로 높아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누구나 알고 있고, 소유하고 싶은 세계적인 블루칩 작가들에서부터 국내 유명 작가에 이르는 작가 리스트가 화려하다. 국외작가로는 피카소,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로버트 인디애나, 알렉스 카츠 등 이름만으로도 우리를 설레게 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국내 블루칩 원로작가들인 이왈종, 김종학, 김흥수, 권옥연, 김흥수, 전혁림 등의 작품도 소개된다. 이왈종, 김종학 등 판화분야에서 놀라운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는 작가뿐만 아니라, 얼마 전 별세한 권옥연 작가의 작품은 소장가치가 점차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가들의 작품을 기다려왔던 컬렉터부터, 처음 컬렉션에 도전하는 컬렉터까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주옥같은 판화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았다. 미술시장의 꽃피는 봄날을 기다리며 국내외 대가들의 작품을 만끽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이번 전시회는 3월 8일부터 3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팔레 드 서울(www.palaisdeseoul.net)에서 열릴 예정이다. 특히, 백남준, 이왈종, 김종학, 김흥수, 권옥연, 전혁림, 파블로 피카소, 로이 리히텐슈타인, 데미안 허스트, 로버트 인디애나, 로베르 콩바스, 쿠사마 야요이, 앤디 워홀, 알렉산더 칼더, 알렉스 카츠, 호안 미로, 샤갈, 에로, 소토 등의 대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문의 : 02-730-7707
자연에서 보물을 캐는 황문성 사진작가
자연에서 보물을 캐는 황문성 사진작가
오랜 세월 그는 사진작업에 몰두했다. 어느 덧 중년이 된 작가는 유년시절 보물놀이를 하다 뒷 동산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듯이 카메라를 든다. "사진은 보여지는 사실의 풍경을 찍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 숨겨진 무엇을 만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작가는 그 속에 담겨진 자기의 풍경을 만나기 위해 오래 기다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끈질긴 보이지 않는 전투가 시작된다. 특히, 봄에서 겨울로 축적된 시간 속에서 감성이 맞닿은 순간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그의 감성은 흰색으로부터 시작된다. 흰색은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자연에 다가가는 상징적인 색채이며, 한국미술에서는 70년대 모노화를 이끌었던 주조색이기도 하다. 작가는 완벽한 아름다움 흰 눈을 통해 무한한 예술감흥을 표출해 내기 시작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자연을 대상으로 한 사진이 바탕이 되어 페인팅과 일부 결합되어 독자적인 조형성으로 드러낸다. 또 이성적인 도구인 디지털 사진으로 찍은 자연의 한 컷, 그와 조응되는 페인팅을 한다. 그는 흑백의 농담이나 자연을 관찰할때 단순성에 주목했다"라고 말한다. 흰색에 대한 감성적 미학은 모노크롬으로 자연을 채취한다. '겨울나무시리즈', '겨울의추상', '산'은 겨울 설경속에서 찾은 감성적 보물인 셈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자기를 드러내고 자연속에서 보물을 캐는 작업은 그의 몫이기도 하다. 그는 작품에서 부자연스러운 꾸밈을 배제한다. 작가의 감성이 응축된 작품 앞에서 깊은 자연이 숨겨놓은 보물을 발견해 본다.
군포, 아동문학 창작의 메카 꿈꾸다 - 지역 거주 아동작가 발굴․지원
군포, 아동문학 창작의 메카 꿈꾸다 - 지역 거주 아동작가 발굴․지원
군포시는 30일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문학가를 발굴․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타 지자체와 차별화된 ‘책 읽는 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현재 군포에는 ‘꿀벌 우체부’ ‘든든이와 푸름이’ 등의 저자 박소명, ‘갯벌’ ‘내 마음의 무지개’ 등의 저자 박경태, ‘64의 비밀’ ‘솔이의 숲’ 등의 저자 박용기, ‘네편이 되어줄게’ ‘별을 찾는 사람들’의 저자 이영옥 등 4명의 유명 아동문학가가 거주 중이다. 이들은 국내 저명 언론지 등단 작가이자 각종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 수상 경력을 갖고 있어 앞으로 지역 아동과 작가와의 만남 같은 프로그램 운영시 시민의 자긍심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또 시는 재궁동 소재 어린이도서관에 지역 거주 아동문학가 전문 코너도 운영해 총 100여권의 작품을 상시 비치․대출하고, 성인 대상 동화작가 지망생 특강반 운영, 초등생 대상 작가 초청 강연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 아동 작가에게는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시민들에게는 차별화된 문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시민들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군포가 아동문학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귀희 작가 개인전
홍귀희 작가 개인전
○ 전시일정 : 2011.11.16-11.22 ○ 전시장소 : 갤러리 라메르 1층 제1전시실 ■ 작품 평론자연의 속살을 열어 보이는 새털 같은 몸짓들글 ㅣ이재언 (미술평론가) 한국화 작가를 만날 때마다 버릇처럼 자문하는 물음이 하나 있다. “과연 오늘날 한국화란 무엇인가?” 한국화가 ‘현대’라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항상 이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필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오늘의 한국화가 처한 상황을 기술하는 담론들 가운데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이 있다. ‘해체’, ‘정체성 위기’, ‘공동체 미의식’, ‘근간으로서의 재료’ …… 오늘의 한국화 상황을 진단할 때 거의 반복적으로, 혹은 상투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개념들인 줄 알면서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화는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두통이 나도록 따져본들 이제 더 이상 교조적인 원론적 개념은 아무런 효용이 없다는 점만큼은 분명해졌다.오히려 극단적인 비약 혹은 혹독한 부정과 회의(懷疑 )가 더 설득을 얻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한국화라는 개념과 용어를 폐기하는 것으로 가정해 보면 의외로 사고가 명쾌해지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한국화가 죽어야 산다는 역설도 공공연히 회자된다. 정말이지 담론의 교착 상태를 풀어갈 수 있는 해답과 깨달음이 바로 여기서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도 없지 않다. 기존의 문인화를 포함한 한국화 전체를 아무런 전제 없이 보편적 회화의 범주에서 가혹하게 매몰시키고 통합해버리면 어떤 결과가 올까. 그러면 정말이지 한국화는 없어지고 보편적인 회화만 남는 것인가. 그런데 참으로 묘하다. 이러한 철저한 정체성 부정과 회의 바로 그 다음, 오히려 한국화의 정체성이 역설적으로 건강하게 소생될 수 있음을 아는가.결국 ‘현대’라는 상황과 맥락 속에서 한국화가 드러내고 있는 해체적인 양상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먹의 신비로운 조형적 장점과 효과는 상이한 서양의 안료들과 혼용되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더 부각된다. 이미 우리는 그러한 혹독한 해체와 희의를 거쳐 이제 한국화를 반성적으로 성찰해가는 단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것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맹목적으로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시대와 미의식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서만 수행한다는 입장이야말로 얼마나 당당하고 참신한 것이가.한국화가 홍귀희가 바로 그러한 격동의 정체성 혼돈을 몸소 겪은 세대이다. 지난 80년대 대학을 졸업하고 화단에서 활동을 해오던, 8,90년대는 극심한 정체성 혼돈에 직면하여 성찰과 고뇌로 보낸 세월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겪은 세대로서 미의식은 더욱 유연해지고 회화의 양식에서는 확신을 담아내는 특징을 갈고 닦아 왔다. 양식적으로도 서구화로 기울어지는 실험이 있었는가 하면 전통적 요소들 가운데 현대적 미감에 어필하고 교감할 만한 내용들을 재정비하여 정당한 미학적 근거와 이유를 체험적으로 구현하는 세대의 특징을 작가는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작가의 그림은 청전(靑田)의 화폭에서 본 바 있는 소박하면서도 낯익은 주변의 산하를 그윽하고 포근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물론 심산유곡을 관념적으로 완상(玩賞)하는 전통적 산수와는 궤를 달리하지만, 전통적 미의식과 화면형식, 기법, 재료 등에 충실한 점에서나 혹은 화면에 녹아 있는 관조적인 미학과 정서라는 점에서도 전형적인 한국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답적인 그림으로만 남아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작가가 작업을 하고 있던 춘천 자택을 찾아 대면한 작가의 그림은 의외로 선이 굵고 간명한 미학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젊어서 목격한 한국화 현실이 “한국화가 죽어야 산다”는 극한적 역설의 상황을 익히 체험해 온 작가이다. 그렇다고 그 명제나 슬로건에 휩쓸리지도 않았지만 교조적으로 따라야 할 것도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죽음으로써만이 살릴 수 있는 한국화라면, 그 역도 성립할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확신하고 있었던 듯하다. 우리가 처한 동시대 상황이 한국화에 대한 기대치가 무엇인지를 예민하게 분석하고, 또한 주어진 한계 안에서 어떤 유형의 소통과 교감이 요구되는지를 화폭에 담아내는 것을 지상의 과제로 삼는 것이 작가의 숙명이었던 것이다.따라서 작가는 한동안 한국화가 현대화 명제에 급급하여 성급한 절충에만 몰입했던 한국화 화단의 현실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단적으로 말해 실험적 상황보다는 전통 쪽에 더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작가의 화면은 먼 심산유곡의 절경이 아닌 가까운 소박한 자연 대상을 화폭에 담는 그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화폭은 양식화된 도상이 아니라 자연 대상과 동시대인들 사이에 있어야 할 상호작용의 원리를 은밀하게 품고 있음이 발견된다.작가의 표현적 관심은 자연의 외관 그 너머의 것에 더 쏟아지고 있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공기, 대자연에 흐르고 있는 생명의 기운, 주체와 자연 객체 간에 경험적으로 교감되고 있는 영감의 요체들을 담고자 하는 충동이 바로 화면의 필치에 잘 나타나 있다. 앞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작가의 화면은 일견 청전의 개성적인 필묵과도 유사한 데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단조로운 곡선적 구도와 여백의 처리 방식도 상당 부분 닮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작가의 필치는 더욱 미세한 담묵 세필의 직접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보일락 말락 하는 옅은 톤의 담묵이 세필에 실려 공기층에 분무되듯 지면(紙面)에 내려 앉는 것 말이다.청전의 미점법(米點法) 보다 분자의 단위를 더욱 미세하게 쪼개나가고 그것들이 수도 없이 직접되는 작가의 화면은 일필휘지(一筆揮之)의 호방한 필법과는 극한의 대조를 이룬다. 작가가 이토록 극미세의 미점법을 선택한 것은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자연의 외관보다는 그것의 내재적 질서와 본질에 접근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다루는 자연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평범하고 소박한 대상이지만, 그 외관 너머의 현상들 그 자체가 더 큰 비중을 갖는다. 자연 그 내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치열한 유기적 생명현상들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을 작가 나름대로 고심하지 않았을까. 자연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만큼의 에너지를 등가적으로 대입한 그리기 행위가 바로 미세한 점들의 무한한 직접으로 나타난 점에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절제와 묵언적 표현이 일필휘지 못지않은 웅변으로 다가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작가의 이러한 필묵 화면은 여운이 가득한 사색과 관조의 공간을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화면질서는 다분히 추상적인 성향으로까지 비쳐질 수 있다. 실제 몇 가지 조심스럽게 시도하는 새로운 작업들은 더욱 추상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중요한 것은 추상성이 아니라 그 작업 내용들이 오늘의 미적 패러다임의 무엇과 어떤 연결 고리를 갖고 있느냐일 것이다. 작가의 화면은 보는 바와 같이 필치가 치열하게 집적되면 될수록 기술(記述)적이고 설명적인 언어는 반비례적으로 닫히게 된다. 달리 말하면 절제와 과묵한 쪽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화면의 해석적 자율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또한 의미한다. 자연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무한한 생명의 대사현상들만큼 작가의 필선도 바삐 등가적으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작가는 주어진 구성 그 이상의 해석적, 상상적 자율성을 정중하게 관객의 몫으로 돌린다. 고도의 정보사회는 유익한 정보만큼의 소음과 공해를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의 기능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입장에 있다면 알레고리와 은유의 수사학에 새로운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왜 흑백사진이 최근 들어 더 각광을 받는지를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작가의 화면은 자연의 실재성, 자연의 속살을 열어 보이려는 몸짓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화면에서 주어지는 그윽한 정취와 정서는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문의 : 갤러리 라메르 http://www.gallerylam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