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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란, 속이는 도(道)이다."
"전쟁이란, 속이는 도(道)이다."
생태계는 순간 순간이 치열한 생존경쟁이다. 배추잎은 배추벌레가 갉아먹고, 배추벌레는 참새가 쪼아먹고, 참새는 매가 잡아먹고, 매는 포수에게 잡힌다.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바로 다른 존재의 먹이감이 된다. 고로 생태계의 존재들은 적을 속여서 자신을 보호하거나 먹이감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사마귀나 여치, 메뚜기처럼 풀이나 나뭇잎에서 주로 사는 곤충들은 대부분 몸이 녹색이어서 천적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거미는 먹이감이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미줄을 공중에 만들어 놓음으로써 먹이를 사냥한다. 치타는 지상에서 가장 빠른 단거리 육상 동물이지만, 먹이감을 사냥할 땐 초원의 풀이나 나무를 이용해 최대한 자신을 숨기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먹이감에 다가간다. 치타가 접근하고 있는 걸 아는 순간 먹이감은 달아나 버리기 때문이다. 치타의 사냥 성공률은 30%도 되지 않는다. 사냥에 실패하면 소모된 에너지를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냥의 실패는 바로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그래서 스피드가 주사냥기술인 치타에게 먹이감의 눈을 속여서 자신을 숨기며 접근하는 기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부터 사냥을 시작하겠다고 알리고 덤비는 무모한 치타는 없다.사람도 생태계의 일부다. 생태계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사람이 자신 뿐만아니라 가족과 마을, 그리고 크게는 나라의 생존을 걸고 펼치는 생존경쟁이 바로 전쟁이다. 동양의 역사는 전쟁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역사 기록은 대부분 전쟁에 대한 기록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도 전쟁과 많은 관련이 있다. 이순신장군, 광개토대왕, 왕건, 김유신장군, 강감찬장군, 을지문덕, 계백 등. 그러한 동양의 수많은 전쟁을 겪은 이들이 늘 곁에 두고 읽었던 책이 한 권 있다면, 바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손무가 쓴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은 삼국지와 함께 가장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동양고전일 것이다. 현대에서도 손자병법은 군사학 뿐만아니라 경영 분야 등에서 폭넓게 읽혀지고 있다."전쟁이란, 속이는 도(道)이다."라는 말은 손자병법 계편에 나온다. 손무는 능력이 있는데 적에게는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용병을 하되 적에게는 용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며 전쟁을 할 땐 적을 속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6.25 전쟁 때의 중공군처럼 병력이 적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면 별 전략 없이도 적을 쉽게 제압할 수 있지만, 병력이나 물자가 적보다 적을 때 승리하려면 적을 속이고 적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 필요하다. 즉,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보다 토끼가 호랑이를 잡아야 할 때 뛰어난 전략이 더욱 더 중요한 것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유명한 장군이나 전략가 중 많은 수는 소수의 병력으로 뛰어난 전략을 통해 다수의 병력을 제압한 경우이다. 열 세 척의 판옥선으로 130여 척의 일본수군을 물리친 이순신장군의 명랑해전이 대표적이다.전쟁에선 오직 승리만이 있을 뿐이다. 패배하면 사랑하는 가족들이 적의 노예가 되고, 마을은 불타고, 나라는 빼앗겨 식민지가 된다. 적을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것이다. 고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하는 것이 전쟁이다.손무의 후예로 알려져 있는 손빈은 위(魏)나라의 장군인 방연에게 두 다리를 잘리는 형벌을 당한 후 제나라로 도망쳐 군사가 된다. 후에 제나라군이 위나라로 쳐들어 갔을 때, 손빈은 장군인 전기에게 위나라 땅에 들어서면 첫날에는 아궁이 10만 개를 만들게 하고, 다음 날에는 아궁이 5만 개를 만들게 하며, 또 그 다음 날에는 아궁이 3만 개를 만들게 한다. 방연은 제나라 군대를 뒤쫓은 지 사흘째가 되자 제나라 군사가 위나라 땅에 들어온 지 사흘 만에 달아난 병사가 절반을 넘어섰다며 몹시 기뻐하고는 날쌘 정예 부대만으로 제나라 군대를 급히 뒤쫓았다가 마릉에서 매복하고 있던 제나라 군대에 크게 패해 죽게 된다. 마릉전투는 전쟁에서 훌륭한 속임수 전략이 얼마나 큰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잘 보여준다.세상의 규칙은 강자가 정한다. 그 규칙대로 싸우면 언제나 강자가 이길 뿐이다. 복싱선수와 초등학교 학생이 복싱 규칙대로 링 위에서 맞붙으면 99.9%이상 복싱선수가 이기겠지만, 초등학교 학생이 총을 들고 싸운다면 결과는 전혀 예상할 수 없을 것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려면 강자의 규칙을 무시한, 강자를 속일 수 있는, 강자가 생각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대기업과의 싸움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그래서 더욱 더 인재가 중요하다. 대기업을 속일 수 있는, 그래서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뛰어난 전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으니 내가 삶겨 죽는 것은 당연하구나!"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으니 내가 삶겨 죽는 것은 당연하구나!"
학창시절에 읽었던 어떤 책엔가 '이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책이 불태워지는데, 한 권의 책만 꺼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책을 꺼내겠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주저없이 말한다. 사마천의 '사기'라고.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어도 가슴을 흔들고,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 책, 사기. 읽을 때마다 하루에도 열 번 씩 방바닥을 굴러야 하는 고통을 견디며 '사기'를 썼다는 사마천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책, 사기. 각 인물에 대한 사마천의 평 한 마디 한 마디는 또 얼마나 멋진가. 그 '사기' 중에 내가 가장 많이 읽었고, 가장 좋아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또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유방의 천하통일에 가장 큰 공헌을 한 한신에 대한 이야기인 '회음후열전'이다.동네 아낙한테 밥을 얻어 먹는 백수건달 한신이 동네 불량배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간 이야기로 시작해 유방의 대장군이 되어 멋진 전략으로 승승장구해 제나라의 왕이 되는 영광의 시간을 거쳐 유방의 처인 여후에게 붙잡혀 목을 베이고, 한신에게 독립해야 한다는 계책을 냈던 괴통을 유방이 용서해주는 이야기로 끝맺는 '회음후열전'. 한신이 제나라왕 자리에서 쫓겨나 초나라왕으로 옮겼을 때, 역모죄로 유방에게 사로잡혔는데, 그 때 한신이 '날랜 토끼가 죽으면 훌륭한 사냥개를 삶아 죽인다.'는 토사구팽을 언급하며 했던 말이 바로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으니 내가 삶겨 죽는 것은 당연하구나!"라는 말이다. 유방은 한신의 죄를 용서하고 회음후로 삼았지만, 후에 한신은 모반하려다가 여후에게 붙잡혀 목을 베이고 만다. 유방, 항우와 함께 천하를 삼분하자는 괴통의 계책을 들었다면 어찌 한신이 여후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했겠는가. 한신의 이야기는 능력있는 공신의 존재가 난세를 평정한 후 지존에게 얼마나 부담스러운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유방은 천하를 평정하고 성이 다른 일곱 명의 공신을 왕으로 봉했지만, 유씨가 아닌데 왕이 된 자들을 멸망시키는 정책을 씀으로써 공신들의 반란이 자주 일어났다. 일본의 토요토미히데요시는 전국시대를 평정한 후, 공신들에게 줄 토지가 부족하고, 수많은 사무라이들이 일자리가 없어지는 문제가 생기자 조선을 침략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역사 중에 공신 문제를 가장 과감하게 해결해 버린 이가 있다면 아마 그는 조선의 태종 이방원일 것이다.세종시대가 그렇게 태평성대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오직 세종대왕의 능력 때문이었을까? 태종 이방원이 재위기간 내내 공신과 외척을 피의 숙청으로 제거해주지 않았다면, 세종 또한 공신과 외척의 세력 때문에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없었을 것이다. 세종의 외삼촌들과 장인어른까지 죽인 태종 이방원의 결단이 있었기에 다양한 인재들이 마음껏 활약한 세종시대가 태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선의 역사는 슬프게도 태종, 세종 2대 동안 만들어 놓았던 멋진 시대를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집권한 후 공신들에게 권력을 줌으로써 끝맺고 만다. 세종의 맏아들인 문종이 좀 더 오래 살았거나 단종이 오랫동안 집권했더라면, 수양대군이 태종 이방원처럼 토사구팽을 실행해서 공신들을 확실히 척결했다면 조선의 역사는 훨씬 더 풍요로웠을 것이다. 늘 조선의 역사를 대할 때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수양대군의 존재는......
"왕(王), 후(侯), 장(將), 상(相)이 어찌 씨가 있단 말이냐!"
"왕(王), 후(侯), 장(將), 상(相)이 어찌 씨가 있단 말이냐!"
태어날 때부터 내가 평생동안 해야 할 일과 직업이 결정되어 있다면 그런 인생은 어떨까? 물론 그 일이 적성에 맞아서 마음껏 실력을 뽐내며 즐겁게 한다면 괜찮겠지만, 억지로 해야 한다면 삶은 얼마나 괴롭고 힘들까. 배를 타고 낯선 곳으로 모험을 떠나고 싶은데, 농사일을 하며 한 마을에서만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글공부를 좋아해 과거시험을 봐서 높은 관리가 되고 싶은데, 머슴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그런 삶을 어찌 제대로 살아낼 수 있을까. 어느 부모에게 태어 나느냐에 따라 평생 해야할 일이 결정되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중국의 진(秦)나라는 춘추전국시대의 분열을 끝내고 천하를 통일하지만, 폭정을 거듭해 마침내 천하를 다시 난세로 만들기 시작한 '진승과 오광의 난'이 일어난다. "왕(王), 후(侯), 장(將), 상(相)이 어찌 씨가 있단 말이냐!"라는 말은 '진승과 오광의 난'을 일으키며 진승이 했던 말이다. 남에게 고용되어 농사일을 하던 미천한 신분이었던 진승은 노역을 하기 위해 끌려 가다가 큰 비가 와서 제 시간에 도착을 못하게 되자 참수를 당할 것이 두려워 무리들과 함께 진나라에 반기를 든다. 진승은 과거 초(楚)나라 말기의 도읍이었던 진성을 점령한 뒤에 왕위에 올라 국호를‘장초(張楚)’라 했지만, 진나라 군에 패해 후퇴하다가 마부인 장고에게 살해당했다. '진승과 오광의 난'을 시작으로 유방이나 항우 등의 많은 영웅호걸들이 천하에 등장함으로써 중국 역사 중 가장 매력적인 시대 중에 하나인 '초한지'의 시대가 시작되었다.진승은 자기 땅도 없는 가난한 농민의 신분으로 반란군을 이끌고 나라를 세워 왕의 자리까지 올랐다. 비록 끝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미천한 신분으로 난세에 뛰어들어 한 시대를 멋지게 살아낸 그의 삶은 신분의 차이 때문에 고통과 어려움을 느꼈을 많은 동양인들에게 두고두고 큰 용기와 힘을 주었다.난세엔 언제나 신분의 변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난세를 평정하기 위해서는 오직 실력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방의 휘하에서 용맹을 떨쳤던 번쾌는 개고기를 팔았던 신분이었고, 하후영은 말을 기르고 수레를 모는 일을 했지만, 난세가 시작되자 유방을 도와 천하를 평정해 높은 신분이 되었다. 유방 또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황제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난세가 끝나고 다시 치세가 되면, 높은 자리에 오른 이들은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그러면서 신분의 차이와 차별이 다시 생기기 시작해 많은 이들에게 불만이 쌓여가다가 다시 폭발하면 또다시 난세가 시작되면서 역사는 끊임없이 난세와 치세를 반복해 왔다.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조선이 개국과 쇄국의 길에서 갈팡질팡 할 때부터 일제시대를 거쳐, 6.25 전쟁으로 남북으로 갈라졌을 때까지가 난세였다면, 6.25가 끝나고 지금까지의 시기가 치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치세가 어느덧 60년, 두 세대가 넘어 간다. 민주주의 사회라 법적으로는 신분의 차이가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신분의 차이는 결국 돈으로 생겨났다. 특히 IMF 이후로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계급차이가 극심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많이 가진 자는 자신의 것을 지키고 더 불리기 위해서만 노력하고, 못가진 자는 자기가 가진 것마저 빼앗기고 있다. 가진 자의 자식은 유학을 가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돌아와 높은 자리에 올라 부모의 자리를 이어받고, 못가진 자의 자식은 대출받아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도 어렵고, 취직해도 빚 갚기에 벅찬 세상이다. 이런 극심한 빈부의 차이가 계속 된다면 결국 우리나라는 많은 불만과 혼란으로 다시 난세로 치달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못가진 자의 자식으로 태어나도 원하는 것을 마음껏 배우고 경험할 수 있어서 가진 자의 자식과 당당하게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만 즉, 개천에서 용이 언제든지 날 수 있는 세상이 다시 와야만 난세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2,000년 전 중국에서도 왕과 제후와 장군, 재상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외쳤던 한 농민이 왕이 되었는데, 2012년 민주주의와 과학기술이 발달한 이 시대에 어떤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 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결정될 수는 결코 없다. 그 어느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각자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 볼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꾼다.
"장사가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
"장사가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
800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나라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엔 감동적이고, 안타깝고, 슬프고, 아쉽고, 때론 믿어지지 않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이 있다. 능력있는 친구를 위해 자신이 스스로 아랫자리에 앉은 포숙의 이야기, 자신의 두 다리를 자른 방연을 마릉에서 죽인 손빈의 이야기, 소 1000여 마리의 꼬리에 불을 붙여 연나라 군을 공격한 전단의 이야기, 상인의 신분으로 진나라 태자의 한 서자에 불과했던 자초에게 투자해 일약 진나라의 승상이 된 여불위의 이야기 등. 그 중에서도 내가 최고로 뽑는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실패로 끝나고만 형가의 진시황 암살 사건이다.오랫동안 분열되어 있던 천하를 통일하고, 처음으로 황제라는 호칭을 사용해 시황제로 불린 사나이, 그의 천하통일을 막을 수 있었던 가장 큰 기회를 형가가 놓치면서 결국 천하는 진나라의 것이 되었다. 형가의 비수가 시황제의 몸을 스치기만 했어도 시황제는 죽었을 것이다. 그러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진나라는 그래도 천하를 통일했을까? 시황제의 맏아들인 부소가 천하를 통일하고 안정적으로 다스려 항우와 유방의 싸움 같은 건 없었을까? 역사에 만약이라는 말은 없지만, 그래도 역사책을 읽을 때면 언제나 만약이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역사는 늘 그렇게 아쉬움과 미련을 남겨준다."장사가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말은 형가가 연나라 태자 단의 부탁을 받고 진시황을 만나러 가기 위해 떠나면서 불렀던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다. "바람 소리 소슬하고 역수는 차갑구나! 장사가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 형가의 이야기가 동양사회에 퍼진 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전쟁터로 떠나며, 혹은 배를 타고 멀리 돈을 벌러 가며 형가의 이 노래를 읊고 또 읊었을까. 형가의 노래를 읊을 때면 언제나 슬픈 비장감과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내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지곤 한다. 아직까지는 인생을 살며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없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온다면 나도 형가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길을 갈 수 있을까.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일본의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형가처럼 굳건히 그 길을 갔다. 수많은 이름모를 독립투사들 또한 그러했다. 자신과 가족의 이익이 아니라 오직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런데 그동안 우린 그 분들의 후예를 어떻게 대접해 왔을까. 일본에 헌신하고, 나라의 독립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돈만 번 이와 그 후예는 잘 먹고 잘 살면서 나라를 좌지우지 해 왔는데, 그 분들의 후예는 별 대접도 못받고 대부분 소리없이 울분을 참으며 살아왔을 뿐이다. 또다시 나라를 빼앗기거나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젊은이가 얼마나 있을까. 애국심을 요구하기 전에 우선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와 그 가족을 든든히 뒷받침 해 줄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형가처럼 안중근의사처럼 나라를 위해 굳건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까 근심할 뿐이다."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까 근심할 뿐이다."
동양사회에서 효는 예로부터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져 왔다. 중국의 고대 순임금은 어리석은 아버지와 새어머니, 그리고 배다른 아우 상이 때때로 자신을 죽여 없애려 했지만, 여러 대책을 세워 숨고 피하면서도 끝내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고 단지 스스로 효도만을 다해 결국 가족을 감화시켜 모두가 화목함에 이르게 함으로써 효자로 칭송되어 요임금에 이어 제위를 물려 받았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맹무백이 효에 대해 묻자 공자님이 하신 말씀이 바로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까 근심할 뿐이다."이다.부모님이 없었다면 우린 세상에 태어날 수 없었다. 물론 인생이 고통스럽고 괴로운 이에겐 어쩌면 나를 낳아서 제대로 키워주지 못한 부모님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인생엔 언제나 노력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 기회를 붙잡아 행복한 날을 다시 보낼 수 있으면 부모님의 잘못은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부모님도 실수가 많은 인간이요, 훌륭한 부모가 되는 방법은 어디서 가르쳐 주지도 않는 거니까.파란 하늘과, 싱그러운 나무, 향기로운 꽃,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저녁 식사, 눈 오는 날 마시는 커피 한 잔, 따뜻한 물로 하는 샤워, 맥주 한 잔 하며 박지성선수가 뛰는 축구 경기 보기, 도서관에서 수백년 전 누군가 썼던 책 읽기, 졸릴 때 잘 수 있는 포근한 침대, 북한산 오르기,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리는 드라이브, 비오는 날 우산 쓰고 걷기 등 즐겁고 행복한 것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세상에 나를 보내주신 부모님께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고마운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 그것이 바로 건강을 잘 지키는 것이라고 공자님은 말씀하셨다.지금도 큰 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엔 환자가 넘쳐 날 것이다. 큰 병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세상엔 참으로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입원실은 항상 만원이고, 진료를 받으려면 미리 며칠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병원에 가는 환자는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요, 딸일 것이다. 그 부모는 얼마나 걱정을 많이 할까. 자식이 아플 때 부모에겐 더이상 자식이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는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이름이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건강이 빨리 회복되기만을 바랄 뿐이다.우린 언제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막상 건강을 잃어 주사를 맞고, 쓴 약을 먹고, 답답한 입원실에 누워 봐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 건강은 매일 먹는 음식과 매일 느끼는 기분, 그리고 운동량에 달려 있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기본으로 하는 건강식을 꾸준히 적당량 먹고, 운동도 꾸준히 하며 스트레스도 적게 받으며 즐겁게 살면 어찌 병원과 약국에 자주 다니겠는가. 오늘 하루만 과식하면 괜찮겠지, 오늘 하루만 과음하면 괜찮겠지, 오늘 하루만 밤새고 일하면 괜찮겠지, 운동은 다음주부터 해야지 라는 생활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부모님이 근심할 일이 생길 수 밖에 없다.건강은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의 몫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삶을 사는가에 따라 오늘과 내일의 건강이 달려있다. 병원과 약국을 진정 멀리 하고 싶다면 지금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자. 어떤 것을 먹고 있는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가, 그리고 운동은 하고 있는가.
"그는 비범한 인물이며 시대를 초월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비범한 인물이며 시대를 초월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역사에 등장한 수많은 인물 중에서 이 말은 과연 누구를 칭찬한 말일까? '정사 삼국지'에서 저자인 진수가 삼국지의 사실상의 주인공인 조조를 평하며 쓴 말이다. 조조만큼 동양역사에서 잘 못 인식되어 온 인물도 없을 것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라는 소설 때문에 조조는 수 백년동안 동양인들에게 유비, 관우, 장비를 괴롭히고 많은 사람을 죽인 간웅으로만 알려져 왔다. 병법에 능하고, 글도 잘 썼으며 유능한 인물을 적극 활용해 후한말기의 어지러운 천하를 바로 잡아 위나라의 기반을 닦은 영웅치고는 너무나 홀대를 받아 온 것이다.후한 말기 황건적의 난을 진압하며 등장한 수많은 영웅 중에서 원술, 여포, 장수, 원소, 유표, 마초와 한수, 장로 등의 많은 세력과 끊임없이 싸워 이겨 결국 천하의 대부분을 차지한 조조가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만 꼽는다면 바로 뛰어난 인재활용일 것이다. '정사 삼국지'엔 인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뛰어난 인재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조조의 말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이 어찌 자기 임금에게 충성하지 않겠는가? 그는 바로 내가 찾고 있는 그런 사람이다.", "지금은 영웅을 끌어 모을 시기이다. 이럴 때 한 사람을 죽여 천하 사람들의 인심을 잃는 일은 옳지 않다.", "오직 그의 재주를 살 뿐이다.", "천하에서 지혜롭고 용감한 인재들을 임용한 후 왕도로써 그들을 다스리면 반드시 가능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나를 도와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 추천하라. 오직 재능만이 추천의 기준이다. 나는 재능 있는 사람을 기용할 것이다.", "한 선비에게 치우침이나 단점이 있다고 하여 어찌 등용하지 않겠는가? 이런 이치를 냉철하게 생각하여 담당 관리는 재능 있는 인재가 버려지거나누적됨이 없게 하고 관청에서 폐지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조조는 인재를 뽑을 때 항상 능력을 중요시했고,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부하도 능력이 있으면 다시 받아주었다. 원소와 운명을 걸고 전투를 벌이던 순간에 원소와 서신을 교환한 부하들도 서신을 모두 태워 버림으로써 용서해 주었고, 자신의 맏아들을 죽인 장수가 항복했을 때도 용서했을 정도로 인재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결국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은 사람이다. 훌륭한 인물이 리더가 되어 뛰어난 인재를 모아 적재적소에 배치해 이끌면 그 조직은 성공할 것이요, 자신의 이익만 알고, 아첨하는 자만 가까이 하는 어리석은 자가 리더가 되면 그 조직은 망할 뿐이다.500년이 넘는 긴 분열의 춘추전국시대를 진(秦)나라가 통일한 가장 큰 이유 또한 뛰어난 인재의 활용이다.진나라는 위(衛)나라 출신의 상앙, 위(魏)나라 출신의 장의와 범저, 연나라 출신의 채택, 초나라 출신의 이사처럼 타국 출신의 뛰어난 인재를 지속적으로 등용해 그들이 낸 훌륭한 계책을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결국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미국이 그동안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무엇인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전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뛰어난 인재가 지속적으로 들어와 오직 능력만으로 뜻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이 강대국으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가 없는가 또한 뛰어난 인재가 계속 미국으로 들어 오는가 아니면 미국을 떠나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가 다른 이유가 아닌 오직 능력만으로 대접을 받고 있는가?대통령이 졸업한 학교와 대통령의 고향 지역, 대통령이 다니는 교회 출신 인물이라는 이유로 고위직에 등용되는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난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을까? 다른 편견없이 오직 능력만으로 인재를 등용할 줄 아는 조조같은 리더가 필요한 시대다. 난세일수록 훌륭한 리더가 더욱 절실하다. 우리나라엔 언제나 뛰어난 인물이 많았다. 다만 그들에게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 훌륭한 리더가 드물었을 뿐이다.
"군주가 영명한 까닭은 널리 듣기 때문이고,  군주가 어리석은 까닭은 편협되게 어떤 한 부분만을 믿기 때문입니다."
"군주가 영명한 까닭은 널리 듣기 때문이고, 군주가 어리석은 까닭은 편협되게 어떤 한 부분만을 믿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역사상 위대한 황제를 논할 때 항상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 중에 한 명이 당태종 이세민이다. 당태종은 고구려 공략 중 일어났던 안시성전투 등으로 우리나라 역사에도 잘 알려져 있다. 유방이 세운 한나라가 무너지고 조조, 유비, 손권 등으로 유명한 삼국시대가 열린 후, 중국은 조조의 위나라를 이은 진나라에 의해 잠시 통일 되었다가 곧 다시 수많은 나라가 일어서고 망하는 남북조시대가 열린다. 고구려가 동북아시아의 강자로 설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도 중국이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수나라가 삼백 여년 만에 중국을 다시 통일했지만, 대규모 토목공사와 고구려 전쟁의 실패 등으로 반란이 일어나 삼십 여년 만에 망하고, 아버지 이연을 도와 그 후의 혼란을 수습하고 당나라를 세우는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 바로 당태종이다.당태종과 신하들의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를 묶어서 펴낸 '정관정요'라는 책에서 당태종의 "무엇을 기준으로 현명한 군주라 하고 어리석은 군주라 하오?"라는 질문에 대한 당태종의 신하였던 위징의 답변이 바로 "군주가 영명한 까닭은 널리 듣기 때문이고, 군주가 어리석은 까닭은 편협되게 어떤 한 부분만을 믿기 때문입니다."로 시작된다. 당태종이 '정관의 치'라는 훌륭한 치세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다양한 신하들의 의견을 항상 허심탄회하게 듣고 또 실천했기 때문이다.리더는 모든 것을 다 잘 아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어찌 한 사람이 모든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될 수 있겠는가. 조직을 운영하려면 기획팀, 재정팀, 디자인팀 등 수많은 부서가 필요한데, 한 리더가 다 안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각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다양한 인재들을 만나서 좋은 의견을 들은 후 그 중에 어떤 의견을 실천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바로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언제나 리더의 가장 중요한 일은 많은 인재를 구하는 것이요, 인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은 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수의 리더는 자신의 의견에 예스만 할 줄 아는 소수의 측근에게 의존하게 되고, 결국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편협하게 조직을 운영하다가 망하고 만다.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선조가 어떠 했는가?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거라는 수많은 의견은 무시하고, 편협하게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의견에만 귀 기울이다가 결국 7년동안 많은 백성을 죽이고, 온 국토를 황폐화 시켰다. 선조가 당태종처럼 신하들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았던 군주였다면 임진왜란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전쟁이었다. 한 명의 무능한 리더 때문에 조선의 백성은 너무나 큰 고통을 겪었다.4대강은 또 어떤가? 많은 전문가와 국민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이대통령은 '내가 해봐서 다 안다.'라고 말하며 편협하게 자신의 뜻만을 밀어 부쳤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 무시무시한 뒷처리를 시작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세금이 또 필요할 것이요, 이미 파괴된 우리의 국토와 생태계는 어찌 할 것인가? 편협한 리더 한 명의 어리석은 선택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큰 댓가를 치뤄야 한다.나이를 먹을수록 경험하고 아는 게 많아지면서 오히려 우리는 점점 더 편협해진다.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기 보다는 내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나와 다른 생각은 무시하곤 한다.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가 말하기 보다는 듣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나의 주장을 앞세우기 보다는 타인의 의견을 한 번 더 들어 줌으로써 편협해지는 마음을 붙잡고,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열린 가슴을 만들어 보자. 세상은 결국 내가 바뀌어야만 바뀌게 될 것이다.
"그대가 당연히 공격해야 한다고 한 것은 내 생각과 매우 부합하며, 이는 하늘이 그대를 내게 준 것이오."
"그대가 당연히 공격해야 한다고 한 것은 내 생각과 매우 부합하며, 이는 하늘이 그대를 내게 준 것이오."
삼국지 매니아라면 누구나 각자가 좋아하는 삼국지의 명장면이 있을 것이다.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맹세하는 장면, 동탁을 토벌하기 위해 군웅들이 모였을 때 관우가 데운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의 목을 베고 돌아오는 장면, 절대열세였던 조조가 화북의 강자였던 원소를 관도에서 무찔렀던 장면, 관우가 조조 곁을 떠나 유비를 만나러 가는 장면, 유비가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가는 삼고초려 장면, 적벽에서 유비와 손권 연합군이 조조를 격파하는 장면, 관우가 여몽의 습격을 받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장면,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위해 오나라를 쳐들어 가는 장면, 제갈공명이 출사표를 올리고 천하를 얻기 위해 북벌에 오르는 장면 등 삼국지엔 두고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면이 많다.필자가 삼국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명장면은 두 개가 모두 오나라와 관련이 있다. 하나는 손책이 스물 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음에 이르러 아우인 손권에게 "천하를 노리고 싸우는 일이라면 그대는 나보다 못하지만, 어진 사람을 끌어 들이고 능력 있는 이를 뽑아 강동을 지키는 것은 내가 그대만 못하다."고 유언을 남기는 장면이고, 다른 한 장면은 바로 "그대가 당연히 공격해야 한다고 한 것은 내 생각과 매우 부합하며,이는 하늘이 그대를 내게 준 것이오."라고 손권이 주유에게 말하고는 조조와의 결전을 결심하며 그 유명한 적벽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다. 형주를 점령한 조조의 대군을 맞아 항복을 할 지 싸워야 할 지 결정을 못해 치열하게 열전이 펼쳐진 오나라에서 손권은 싸우자는 주유의 의견을 듣고 마침내 보검으로 탁자를 베며 굳은 결심으로 적벽대전을 준비한다.위, 촉, 오라는 세 나라의 이야기를 제목으로 뽑은 삼국지라는 소설이 가능하게 했던 전투, 적벽대전. 적벽대전에서 조조군이 승리를 거두었다면 오나라나 촉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삼국지라는 소설도 어쩌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적벽대전은 아마 동양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일 것이다. 삼국지라는 너무나 유명한 소설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던 전투였기 때문이다. 제갈공명이라는 삼국지의 중후반부를 책임지는 중요한 인물의 부각, 오나라의 총사령관인 매력적인 인물 주유의 등장, 위나라와 오나라의 책략전, 오나라군의 화공작전 등 삼국지에서 표현하는 적벽대전은 너무나 화려하다.화북지방과 함께 형주를 평정하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조조의 대군을 맞아 손권은 얼마나 큰 고심을 했겠는가. 조조에게 항복해 조조의 신하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워서 죽음을 당하든지, 아니면 이겨서 한 나라의 군주가 될 것인지...같은 수의 군사끼리 전투를 펼친다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데,하물며 훨씬 더 적은 수의 군사로 대군을 상대하겠다는 결심을 한다는 건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런 어려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총사령관인 주유. 손권에게 주유는 천하를 다툴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데 적벽대전의 승리 후 주유는 애석하게도 일찍 죽음에 이름으로써 오나라는 그 후 결코 다시는 천하를 넘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인생을 살며 우리는 어려운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우리가 역사를 읽고 배우려는 이유 또한 역사 속엔 우리보다 먼저 그러한 어려움에 부딪혀 슬기롭고 현명하게 살아간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조의 대군을 맞이하여 대부분의 신하들은 항복하기를 원했지만, 주유는 그 어려움 속에서도 조조군이 기병을 버리고 수군에 기대어 싸우려고 하는 것, 마초와 한수의 존재, 날씨가 추워 말에게 먹일 꼴이 없다는 것, 중원의 병사들에게 멀리 강호의 땅을 건너도록 하여 반드시 질병이 생길 것이라는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 가능성을 뛰어난 전략과 전술로 실현시킴으로써 어려움을 오히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었다.어려움은 언제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 그 어려움을 현명하게 극복하면 우리는 더 큰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그 어려움에 굴복해 포기하면 우리에겐 더이상 발전이란 없다. 언제 어디서든지 어려움은 다가온다. 어려움이 올 땐 언제나 더 큰 행운이 함께 옴을 잊지 말자. 물론 그 어려움을 현명하게 잘 극복해 낸 후에 말이다.
"진나라가 두려워 하는 것은 오직 마복군 조사의 아들 조괄이 장군이 되는 것일 뿐이다."
"진나라가 두려워 하는 것은 오직 마복군 조사의 아들 조괄이 장군이 되는 것일 뿐이다."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그 어떤 이유보다도 지휘관을 잘못 기용함으로써 큰 패배를 당한 전투를 꼽는다면,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중국의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와 조나라의 장평전투다. 진나라는 장평에서 자주 조나라 군대를 깨뜨렸지만, 조나라 군대를 지휘하는 염파장군은 보루의 벽만 튼튼히 할 뿐 나가 싸우지 않았다. 이에 진나라는 첩자를 이용해 조나라 국내에 "진나라가 두려워 하는 것은 오직 마복군 조사의 아들 조괄이 장군이 되는 것일 뿐이다." 라는 말을 퍼뜨린다. 조괄의 아버지 조사는 조나라의 명장이었는데, 살아 있을 때 일찍이 아들 조괄이 전쟁을 너무 쉽게 말하고, 병법의 이론만 알기 때문에 조괄이 조나라 군대를 지휘하면 조나라 군대는 큰 패배를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조괄의 어머니는 조나라왕에게 조괄을 기용하지 말라고 글을 올렸지만, 조나라왕은 고집을 꺾지 않고, 염파대신 조괄을 지휘관으로 임명하고, 결국 조나라 군사는 진나라 군사에 의해 포위 당해 굶어 죽어 가다가 40만명이 넘는 군사가 진나라에 항복한 후 생매장 당하고 만다. 이로인해 조나라는 급격히 국력이 기울고, 진나라에 의해 멸망당한다.조나라에서 장평전투의 가장 큰 책임은 누구일까? 지휘관이었던 조괄일까? 아니다. 조괄은 자신의 능력대로 군사를 지휘했을 뿐이다. 능력이 부족한 조괄을 지휘관으로 임명한 조나라왕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훌륭한 재상인 인상여와 조괄의 어머니 등이 반대했음에도 조나라왕은 자신의 고집대로 검증되지 않은 조괄을 지휘관으로 임명함으로써 큰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아랫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리더가 자신의 뜻대로 고집을 부리면 그 끝이 어떻게 되는지 장평전투는 너무나 잘 보여준다.슬프게도 우리나라 전쟁사에서도 장평전투와 비슷한 예가 있는데, 임진왜란에서 칠천량해전의 패배다. 백전백승하고 있던 조선수군의 지휘관 이순신장군에게 선조는 무리한 출동 명령을 내리다가 이순신장군이 따르지 않으니 그 자리에 원균을 임명한다. 원균 또한 출동명령에 버티다가 권율장군에게 곤장을 맞는 수치를 당한 후 억지로 출동했다가 칠천량에서 왜군에게 포위당한 후 조선수군은 미리 도망간 경상우수사 배설의 함선 12척만 제외하고 모두 궤멸당한다. 전쟁터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왕의 무리한 요구와 능력이 부족한 인재를 임명하는 왕의 인사정책 때문에 결국 큰 패배를 불러 왔다는 것이 장평전투와 칠천량해전의 공통점이다.한 조직에서 리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어떤 견고한 시스템을 갖춘 조직이라고 해도 결국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리더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리더의 역할은 조직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지난 4년동안 우리나라는 힘든 시기를 지나왔다. 앞으로의 5년은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김정일이 죽은 북한이라는 변수와 함께 전세계적인 금융문제와 식량문제, 에너지 문제 등이 큰 파고로 우리나라를 덮쳐 올 것이다. 올 한 해 두 번의 선거에서 어떤 리더를 선택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부디 희망을 갖을 수 있는 결과가 만들어 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에게 공명이 있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소."
"나에게 공명이 있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소."
대한민국 남자로서, 책을 조금이라도 읽어 봤고, 역사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다면 어찌 삼국지를 모를 수 있을까? 유비, 조조, 손권, 원소, 여포 등의 영웅호걸이 천하를 두고 펼치는 치열한 전략과 승부. 필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삼국지를 읽었고, 그 후로 열혈팬이 되었다. 나관중의 삼국지 뿐만아니라 삼국지의 각 주인공을 분석한 책이 나올 때마다 읽곤 했다. 삼국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도 얼마나 재미있던가. 지금도 삼국지에 등장하는 각 인물의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삼국지를 소재로 하는 새 책을 발견할 때마다 그 기쁨 또한 얼마나 크던지...사실상 삼국시대의 주인공은 조조다. 중원의 대부분을 장악해 아들 조비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관중의 삼국지는 유비와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조조는 악역을 맡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동아시아 어딘가에선 많은 이들이 삼국지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그 중에 내가 첫 번째로 뽑는 한 마디는 나관중 삼국지의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 "나에게 공명이 있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소." 라는 유비의 말인데, 이 말은 물과 물고기처럼 아주 친밀하여 떨어질 수 없는 사이를 일컫는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 냈다. 아무리 헤엄을 잘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물고기라도 물이 없으면 그 능력을 보여 줄 수가 없는 것처럼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관우와 장비, 조운 같은 장수는 있어도 전략가가 없어서 자신의 땅 한 평 없이 전전긍긍하던 유비에게 제갈량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을까.아무리 훌륭한 리더라고 해도 모든 걸 다 잘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역사 속 리더에겐 항상 뛰어난 참모가 있다. 조조에겐 곽가나 순욱, 순유, 가후 등이 있었고, 손권에겐 주유와 노숙이 있다. 은나라를 물리치고 주나라의 시대를 연 무왕에겐 강태공이,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의 유방에겐 소하와 장량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에겐 정도전이 있다. 이들의 관계는 리더가 참모에게 무조건 명령을 내리는 관계가 아니라 리더는 참모에게 좋은 의견을 구하고, 참모는 자신의 계책을 리더에게 올린다. 훌륭한 리더는 항상 참모의 의견을 중요시 했고, 참모 대하기를 스승 모시듯 했다. 그래서 유비는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그런데 이 시대엔 어떤가? 한 조직의 리더라는 분들이 훌륭한 인재를 얻기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인재를 얻기 위한 노력은 커녕 부하직원의 의견을 물어보고 실행하는 리더가 얼마나 있을까? 자신보다 나이 많은 직원을 뽑을 수 있는 리더가 얼마나 될까? 부하 직원을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하인 취급하는 리더가 많은 한 이 나라는 결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필자의 소원이 하나 있다면 이 나라에서 반말이라는 게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열 살 소년과 일흔 살 노인이 서로 높임말로 대화하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면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줄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 세상이 오면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지금보다 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좋은 의견을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묻기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 세 살 아이를 보라. 끝도 없이 엄마에게 묻는다. 더이상 궁금한 게 없을 때, 궁금한 게 있어도 더이상 물어볼 상대방이 없을 때, 그 때 인생은 멈추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