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주, Breath, Mixed Media on Canvas, 100x100cm, 2012
장현주는 근작에서 카이로스(Kairos) 곧 영적인 시간에 대한 여정을 주제화한다.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이며 돌이킬 수 없는 시간, 물리적인 시간, 현상적이고 감각적인 층위에서 경험되는 시간을 의미하는 크로노스(Chronos)와는 비교되는 시간개념이다. 순간으로서의 시간개념이며 절대적인 시간개념이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에는 시간을 잡아먹는 거대한 거인이 등장한다.
아들을 잡아먹는 아버지며 현재의 시간을 집어 삼키는 과거의 시간을 표상한다. 현재가 없는, 모든 현재가 과거 속으로 밀어 넣어진, 모든 현재가 다만 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암시되고 유추될 수 있을 뿐인 거대한 기억 덩어리를 표상한다. 역사며 지식, 인류의 문명사의 악몽과도 같은 메타포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현재를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재 속으로 망실되지 않고 현재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모든 시간을 영원한 현재의 연속이며 연계로서 경험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카이로스가 바로 그 해법이며 해답을 예시해준다.
▲ 장현주, 카이로스의 계단, Mixed Media on Canvas, 244x108cm, 2012
인간은 현실과 의식을, 실제와 의식을 분리시킬 수 있는 동물이다. 현실 저편으로, 의식너머로 자기를 내보낼 수 있는 동물이다. 자크 라캉은, 나는 내가 하는 말 속에 들어 있지 않다고 했다. 작가는, 우리는 늘 지금과는 다른 상황과 환경을 꿈꾼다고 했다. 보들레르는,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디라도 괜찮다고 했다. 그곳 즉 여기가 아닌 저편이 다름 아닌 영적 시간이 흐르는 곳이며, 타자(진정한 주체. 진아)가 정박해 있는 곳이며, 몽상과 무의식이 세계를 재편하고 수리하는 꿈 공장이다.
▲ 장현주, Never ending dreams, Mixed Media on Canvas, 136.5x92cm, 2012
작가는 우주과학에 관심이 많은데, 그 관심은 단순한 관심의 차원을 넘어 이상향에 대한 염원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염원은 이상향의 표상으로서 화성 내지 행성을 가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에서 행성은 사람의 머리(꿈꾸는 이상향)로, 공으로, 과녁(지향)으로, 하늘을 나는 놀이기구로 변주된다. 어차피 이상향을 표상한 것이라면 정해진 형식이 따로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밖에도 배와 하늘을 나는 기구, 모노레일과 같은 놀이기구, 아마도 상승을 상징하고 암시할 계단과 같은 여러 자잘한 풍경의 편린들이 하나의 거대한 풍경 속으로 싸안아 진다.
그런가 하면 피아노 건반 같은 계단이 초현실주의의 영향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이를테면 사물의 전치 같은. 그러면서도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연상시키는, 그림 속에 다른 그림이 포개진 경우가 일종의 이중그림 내지 다중그림으로 부를 만한 경지를 열어놓고 있다. 모티브와 모티브, 그림과 그림, 풍경과 풍경이 겹겹이 포개지고 중첩된 화면은 비록 평면적이지만 일종의 유사 원근법 내지 공간감을 암시한다. 마치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놓은 것 같고, 머리 위로 생각의 다발을 풀어놓은 것 같다. - 고충환 미술평론가
이번 전시는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루(www.artspaceloo.com)에서 4월 6일부터 5월 4일까지 열린다.
전시일정 : 2012. 04. 06 ~ 2012. 05. 04
관람시간 : Open 11:00 ~ Close 18:00(일요일 휴관)
전시문의 :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110번지 Park110 빌딩 / 02-790-3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