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노트
나를 보는 그들의 차갑고 퀭한 눈빛에 자연스레 온 몸은 경직되었고, 나에게는 너무 길었던 그 골목길을 지나고 나서야 큰 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친구와 나눈 그들에 대한 긴 대화와 함께 내 머릿속에는 몇 가지 의혹들이 생겨났다. 눈 내리는 겨울에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에 발길은 서울 근교 집창촌 골목으로 향했고 그 곳에 대한 관찰은 계속되었다. 그들도 평소에는 내가 좋아하는 도미노피자도 배달해서 먹고 택배도 받고 외출도 했다. 날이 어둑해지면서 그녀들은 위층에 자리한 미용실에서 화장과 머리를 하고 일 할 준비를 했다. 마지막으로 30cm는 되어 보이는 신기한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조명아래 서면 마치 상자에 담긴 알록달록 늘씬한 바비인형같았다. 단속 때문에 불이 꺼지고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미아리 집창촌도 유리문 뒤 두꺼운 검정 커튼 넘어는 쾌락을 파는 그녀들이 다소곳이 않아 상냥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외설스러운 상상의 이미지는 소녀 같은 보드라운 살결과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현실의 실체와는 느낌이 참 많이 달랐다. 젊었을 적 유리문 안에서 웃음과 쾌락을 팔았을 법한 일명 펨프아줌마들은 이제는 지나가는 남자의 옷자락을 잡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고 불이 꺼진 미아리 집창촌 골목에 자리한 포장마차에는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을 먹는 동안 세 남자는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비우기를 반복하더니 각자 펨프아줌마의 손에 이끌려 유리문 안으로 사라졌다. 우동 한 그릇과 함께 그곳에서 만난 풍경들에서 이곳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마주해 본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집창촌을 도시의 흉물이라 생각한다. 단속이 시작된 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이 회색지대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고 손님의 발길도 계속 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2004년 이후 단속으로 인해 그 곳의 문화는 더욱 기형적으로 변형되어 그 피해 또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비록 유쾌하진 않은 존재이지만 그들 또한 우리 삶의 공간에 자리할 수밖에 없는 일부분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그들을 멀찌감치 보고 흉물스럽다고 말하기 전에 인간에게 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성이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인지, 성이 노동인지, 신체 호르몬의 장난이든 아니든 실제로 제공되는 행위인데 그 주체가 정말 이 여성들이었을까? 간접적으로 나마 그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았으면 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에 위치한 가나아트 스페이스(www.insaartcenter.com)에서 4월 4일부터 4월 9일까지 열린다.
문의 :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19 / 02-734-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