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nt Saint Michel, 80x80cm, Photography, 2012, 김학연
전통적인 재현을 의도적으로 왜곡할 때 우리는 이것을 데포르마시옹이라고 말해왔다. 이것은 형태와 관련된 언급이다. 김학연 선생의 도전은 이 데포르마시옹을 채색으로 옮겨왔다는 점에 있어 매우 독창적이다. 자연을 재현한다는 것은 현대 예술에서 가장 피해야 할 요소이다. 현대 예술은 모방을 창조로 대체시켰기 때문이다. 현대예술가들이 무엇인가를 창조해서 그것으로 세계를 대체했을 때 그것은 주로 형상과 관련된 것이었다. 색채의 세계 역시 기존의 관습적 채색의 체계를 창조로 대치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창조적인 것이다.
▲ 창밖, 60x60cm, Photography, 2012, 김학연
김학연 선생의 새로운 채색의 유희는 색깔 역시도 하나의 관습이며 교육이고 따라서 하나의 합의된 가치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우리가 얼마만큼 일상적인 맥락 하에서 색을 보아왔는가를 알 수 있다. 인상주의자들은 매순간 변화하는 색을 재빨리 포착함에 의해 색을 대상에 고유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흡수되고 반사되는 표면의 빛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인상주의자들의 이러한 채색 역시도 완전히 자연스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바라본다는 사실이 이미 의식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 기념사진 Bangladesh, 37x70cm, Photography, 2012, 김학연
김학연 선생은 방법을 달리해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는 사진에 무작위의 채색을 입힌다. 거기에서 대상들이 어떤 색을 입고 나타날지는 작가 자신도 모른다. 세계가 우연이듯이 채색은 우연이다. 아마도 이러한 작업은 재연이 불가능할 것이다. 완전한 우연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이다. 결정론과 스토아주의가 그의 작품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실존적 세계가 그의 작품 속에서 커다란 미적 가치를 얻는다.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갖는다. 그것은 마치 마술적 사실주의의 세계가 그렇듯 강렬한 몽환성을 갖는다. 꿈의 실현이라는 점에 있어 그의 예술세계는 매우 성공적이다. 환상적이다. 조중걸(서양예술사)
이번 전시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에 위치한 토포하우스(www.topohaus.com)에서 3월 28부터 4월 3일까지 열린다.
문의 :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4 / 02-734-7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