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진화, 봄날은 간다, 37x35x7cm, 2011
일반적으로 산다는 것은 쉽게 생물학적인 생명을 유지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생명체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복잡한 인간의 감정과 사고체계는 그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어마어마하게 넓혀 놓았다. 기본적인 생명유지를 위한 그 행위 자체도 다양한 양상을 띠게 되고 그에 따른 감정의 폭도 상당하다. 따라서 삶이란 인간에 있어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고차원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우리는 단 하루도 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안다. 그러한 이유로 어쩌면 끊임없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과 자유로움을 꿈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 일탈과 반복의 부딪힘에서 오는 무수한 감정들에 의해 삶이 윤택해지고, 살고 있음에 대한 즐거운 감정 즉, 행복이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 송진화, 따끈따끈, 45x90x30cm, 2011
▲ 송진화, 히~, 35x50x17cm, 2011
송진화 작가의 나무로 조각된 그녀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선이라든지 다양한 몸짓으로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 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면 제일먼저 드는 생각이 바로 ‘그래 그것 이었어..’라는 자조적이면서 차분한 깨달음이다. 누구나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용기와 삶에 대한 넉 살 좋은 자신감.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우리의 삶을 위로하였고, 누군가를 위로하며 살고 있었는지. 그 동안 돌보지 못했던 나의 작은 일상에서 오는 소중함이 재발견 되는 순간이 바로 그녀들과의 마주침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숨바꼭질의 술래처럼 헐떡이며 이리저리 쫓아다녀 찾아낸 것이 과연 무엇인지. 너와 나의 삶이었는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강요되고 조작된 삶이었는지. 한번은 되뇌어 봄직한 삶의 고민들에 보다 진솔하고 인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는 마주침이다. 생의 가장 힘든 절망에서 해탈의 깨달음을 얻게 되고 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회복 불가능한 좌절을 맛보는 것이 우리 삶의 아이러니라고 한다면, 송진화의 그녀들은 그러한 삶의 아이러니를 때로는 의연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받아드리고 스스로 정화해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 송진화, 힘겨움이 내 등을 밟고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39x13x13cm, 2010
작가 스스로의 삶에서 비롯되었을 그녀들의 모습들은 어쩌면 작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매 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을 혹은 감정들을 칼 끝에다 벼르고, 깎여져 나가는 나무조각의 파편들과 함께 털어 버리면서 드러나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는 여성이기에 행복하고, 여성이기에 절망해야만 했던 삶의 순간을 그녀들의 절제되고 내밀한 표정과 몸짓으로 깎아 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송진화의 “열꽃”은 우리의 삶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작지만 놓치기에는 아까운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는 열정의 꽃을 피워낼 수 있을 듯 하다.
이번 전시회는 4월 1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사이드(www.artside.org)에서 열린다.
문의 : 02-7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