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 구파발, 21x27.9cm, 2011
2012년 1월 홍대 리치몬드 과자점이 문을 닫았다. 급증한 임대료를 감당 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뿐이다. 5, 60년대 명동이 그랬고, 7, 80년대 신촌이, 90년대 대학로가, 그리고 2000년대 홍대 앞이 그렇다. 중심의 팽창은 임대료 상승과 함께 도시를 팽창시키지만, 팽창된 도시의 이미지는 서로를 복제해 나갈 뿐이다. 명동과 신촌, 그리고 홍대 앞의 모습은 그렇게 닮아가고 있다. 2012년 3월 당인동 그문화갤러리에서는 올해의 첫 기획전으로 두 가지 작전을 세운다.
김동현, 신승호 두 소년이 풀어나가고 있는 두 가지 작전을 소개한다. 지하철 소년 김동현군은 끊임없이 연장되는 지하철 노선도를, 전쟁 소년 신승호군은 군인과 전투기 등 전쟁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그린다. 그들의 드로잉 역시 연장과 반복으로 팽창하고 있다. 우리는 이 또 다른 팽창의 이미지로 도시의 팽창에 대한 작전을 세우는 것이다. 복제의 게임에서 밀려난 우리는 새로운 주변을 찾는 것인가, 또 다른 중심을 개척하는 것인가.
▲ 신승호, 무제, 21x27.9cm, 2011
김동현군은 노선도 위에 자신의 기억을 기록한다. 일상에서 경험한 기억과 경험하지 않고도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때로는 역 이름으로, 때로는 선로의 이름으로 기록된다. 가능한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짜여있던 지하의 선로는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기억들로 다시 짜인다.
신승호군은 무미건조하게 전쟁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감성이 배제된 전쟁의 이미지는 역설적인 신선함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전투기, 탱크, 군인 등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전지적 시점에서 배열한다. 이 단순한 구조와 날 것의 드로잉에서 근현대의 권력 구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진행되는 두 소년의 작업, 두 가지 작전으로 복제로 팽창되는 도시, 개념과 경쟁의 과부화로 핵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예술에 환기를 시키는 방향 전환 작전을 세운다. 이런 점에서 <두 가지 작전>은 정신지체 장애인이라는 점을 기획의 특징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그들의 드로잉 자체에 주목하여 기획한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3월 10일부터 4월7일까지 그문화(SPACE OF ART, ETC.)에서 열린다.
문의 : 02-3142-1429 / www.artet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