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환작가는 이란 오아시스 도시, 파키스탄 산골 마을, 카슈미르 분쟁 지역, 카라코람과 힌두쿠시 산맥 언저리를 돌아다니며, 그나라들의 유서 깊은 문화유적과 사람들에게 매혹되어 사진을 담아왔다.
그런 그가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 3층 갤러리에서 사진전시회를 열고 있다. 사진들 속에는 '이슬람'문화와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이 담겨져 있다.
■ 작가노트
능선에 엎드린 앉은뱅이 꽃과 풀이 바람에 흔들린다. 햇살이 비스듬히 서쪽 골짜기로 기울기 시작할 즈음, 빙하 계곡을 곁에 두고 흐르던 오솔길은 옅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청회색 강바닥 끝에서 꼬물대며 움직이던 것은 당나귀를 앞세운 목동 가족이었다. 여자아이는 혀를 내밀더니 집게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었다. 그네들의 인사법이다. 그들이 지금 가는 데가 어디인지, 그리고 나는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 지를 물었다. 소녀의 커다란 눈동자 속에, 나이보다 일찍 늙어버린 사내의 주름 사이로 자연이 선물한 내밀한 신비가 깃들어 있었다.
우리는 ‘이슬람’이라고 하면, 검은색 차도르를 쓴 여인, 총을 치켜들고 지하드를 외치는 군중, 테러나 반미 같은 억압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 않는가? 이러한 편견은 서구 중심의 편향된 매체에 의해 은연중에 세뇌당한 결과라고 한다면? 9/11은 무슬림에게 테러리스트라는 누명을 덧씌웠지만 한편으로는 역설적이게도 이슬람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다.
이란 오아시스 도시, 파키스탄 산골 마을, 카슈미르 분쟁 지역, 카라코람과 힌두쿠시 산맥 언저리를 돌아다니며,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에 눈을 떴다. 유서 깊은 문화유적에 감탄하고 삶의 원형질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매혹되고 어머니 자연에 몸을 맡기고 상처를 치유했다. 그것은 또한 문명의 야만성을 깨닫고 근대화라는 유령을 뿌리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낯선 땅에 처음 발을 디뎌 놓는다면, 사막에서 불어온 모래먼지처럼 균질적인 밀도를 가진 공기에 답답함을 느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꽃무늬 스카프를 닮은 화사한 빛깔이 넘실대는 비밀의 장소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지도에 없는 곳으로 유랑을 꿈꾸고 우연을 즐기고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심장을 뛰게 한다. 나는 길을 잃고 사람을 만났다. 이슬람에 대한 오해가 조금이라도 풀리기를 바라며, 이방인에게 보낸 무조건적인 ‘환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진전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