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오랜 기간 멀리한 까닭에 최근 들어서 '나는 가수다'프로그램 처럼 집중하고 좋아하던 프로그램도 없었다. 열성 팬이었던 프로그램을 비난하려니 마음이 좋지는 않지만 시즌1이 끝나고 곰곰이 돌이켜보니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은 참 나쁜 프로그램이었다.
영화판을 망친 건 영화에 별점을 매기기 시작한 이후라고 어떤 영화 평론가가 말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가수다' 도 방법적인면은 다르긴 해도 결국 전자와 똑같은 방법을 구사한 셈이다.
본래 대중음악 문화란 노래 부르는 사람을 순위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각기 다른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보고 즐기는 것이다. 즉, 순위가 아닌 그들의 예술과 음악적 감성에 매료되는 것이다. 어찌 이런 아티스트들한테 순위를 매길 수 있는가?
이렇게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누군가 노래를 부르려고 마이크를 잡으면 자신도 모르게 심사위원이 되어 평가하기 시작한다. 다시말한다면 이제 자신 스스로도 마이크를 편하게 잡을 수 없게 되었단 말이다.
방송을 제작하려는 전공을 택했을 때 선배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너는 이제 다시 TV를 편하게 볼 수는 없을 거야"
그 길을 가지 않는 지금에도 TV를 편하게 보지 못한다. 문화는 평가할 때보다 즐길 때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혹시, 지금 이순간에도 다른 사람들의 예술성에 대해 점수를 주고 싶은 욕망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젠 평가보다는 아티스트들의 예술성을 느끼고 즐겨 보는 것도 대중 문화를 제대로 즐기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