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홍문속에 담긴 비밀

기사입력 2012.01.04 00:48 조회수 2,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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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의 수문을 통하여 맑은 물이 넘쳐 흘러 물보라를 일으키는데, 현란한 무지개가 화홍문을 한층 더 아름답게 한다. 이를 화홍관창(華虹觀漲)이라 하여 수원 8경 중에 하나로 꼽는다. ⓒ 오창원

북수문인 화홍문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눈다. 먼저 다리로서의 기능이라 할 일곱 칸의 돌 무지개 문, 그리고 북쪽으로 광교산이 시원스레 보이는 누마루 구역, 또 누마루 아래의 전투용 진지를 들 수 있다. 화성의 모든 시설물이 대개 그렇듯이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눈에 띄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 특히 화홍문이다.

일곱 칸의 돌 무지개 문은 얼핏 보면 똑같은 크기로 이루어진듯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어느 한 문이 다른 문들보다 크게 만들어졌다. '화성성역의궤'에 가운데 수문은 넓이 9척, 높이 8.3척인데 비해 양쪽의 여섯 수문들은 모두 넓이 8척, 높이 7.8척이라고 기록돼 있다. 그러니까 가운데의 수문이 나머지 수문들보다 넓이는 한자가 더 넓고, 높이는 반자가 더 크다는 말이다.

왜 그랬을까? 거친돌을 다듬다보니 시행착오가 일어난 것은 아닐까? 만약에 똑같은 크기로 일곱 개의 수문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거친 돌을 다듬어 무지개 문을 정교하게 만든다는 것, 그것도 항상 물이 흘러내려야 하는 수문을 만드는 것인 만큼 그 수고로움은 이루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공사를 하면서 굳이 가운데 수문의 크기를 달리 했던 데에는 필시 커다란 이유가 숨어 있을 것이다. 이는 화홍문의 건축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즉, 일곱 수문이 똑같은 크기로 늘어서면 제아무리 눈이 밝은 사람이라도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 남북으로 흐르는 수원천의 범람을 막아 주는 동시에 방어적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화강암으로 쌓은 다리 위에 지은 문이다. 7개의 홍예문 위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각으로 지어져 있으며 누각의 건축면적은 52.89㎡이다. ⓒ 오창원
▲ 7개의 홍예문 중에 중앙의 1칸만이 높이와 폭이 크고 나머지는 모두 같다. 화홍문에는 착시현상을 고려한 과학이 숨어있는 것이다. ⓒ 오창원

양쪽 끝의 수문이 쳐져 보여서 작아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평선이나 수평선의 양끝이 쳐져 보이게 되는 것 같이 이런 시각상의 쳐짐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운데 수문을 중심으로 양쪽 끝으로 갈수록 조금씩 문을 키우는 방법이 있다. 기와 지붕의 용마루 곡선을 생각하면 납득이 갈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을 돌 무지개 수문에 써먹기는 어렵울 것이다. 이런 방법은 섬세한 공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화홍문의 건축가는 이열치열의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가운데 수문을 넓이고 키를 키움으로써 착시현상을 교정한 것이다. 가운데 문이 다른 문들보다 크고 넓어서 양쪽 끝의 문들이 더욱 작아 보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놀랍게도 언뜻 보면 일곱개의 수문이 모두 똑 같은 크기로 보인다. 이 이치에 맞지 않는 듯 하고 어눌한 것 같은 계산법은 오늘날의 우리들이 그렇게도 지향하는 '하이테크놀러지'인 셈이다.

광교산에서 흐르는 물이 화홍문을 거칠때면 무지개 빛 비단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런 관경은 예나 지금이나 보는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화홍문에는 과학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 화성연구회 화성별곡
[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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