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진 작가의 작품 속 ‘길’을 따라가다 보면 향나무 숲의 향기와 비포장도로의 흙 내음이 뒤섞여 있다. 올드카를 타고 달리며 만난 시골 풍경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재구성되었다. 황금 들판과 숲에 비친 햇빛이나 어두운 밤 집 안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은 신비함을 연출한다. 빙글빙글 타고 올라가거나 아래위로 굴곡진 길들은 쉽게 직진하기에 어려워 보인다. 인생은 마치 힘겨운 롤러코스터 같고,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 같다. 하지만 그 길은 ‘나의 성으로’, ‘집으로’ ‘어머니의 밭’으로 향한다.
2023년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고영진 작가의 작품은 시골 풍경을 그대로 담은 듯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현실주의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궁이 속에 숨은 꽃, 동백나무에 열린 수박 등 관람자의 감성을 일깨우는 작가만의 상상의 세계였다. 1년이 지난 이번 개인전에서도 지난 작업의 연속선상으로 신비로운 시골 풍경은 더 확장되었다.
작품 속 올드카는 세월이 흘러도 힘차게 달리고 있다. 실제로 작가는 각 그랜저와 티코라는 올드카를 소장하고 있다. 세심하게 관리한 자동차처럼 작가는 자신의 창작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소중히 간직해 왔다. 두 대의 올드카는 여전히 신나게 도로 위를 달리며 자기만의 성과, 집으로 달려가고 있다.
집이나 자동차와 같이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는 공간은 거주자와 가장 깊은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마련이다. 몸을 가꾸고 관리하듯 현대인들은 집과 차를 사랑한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집을 떠나 새로운 곳을 탐험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위험할 수도 있고 내가 바라던 것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떠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이유는 바로 다시 돌아올 곳, 고향과도 같은 내 집이 있기 때문이다.
고영진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총 18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100호에서 1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