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프로젝트 기획 전시 - 파란만장했던 사연이 깃든 덕수궁에 현대미술가들이 모였다!

기사입력 2012.10.23 21:14 조회수 7,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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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 프로젝트 기획 전시

지난 9월 19일부터 시작된 덕수궁 프로젝트는 12월 2일까지 덕수궁 미술관 및 덕수궁 경내에서 기획전시 중이다.

덕수궁은 1593년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피신을 갔다가 돌아온 후 거처하면서 처음 궁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이후 광해군의 시대 ‘경운궁’이라는 이름이 주어졌고, 인목대비가 이 곳에 유폐되었으며, 인조가 이 곳에서 즉위한 바 있다.

오랫동안 궁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가 고종이 아관파천 후 1897년 경운궁으로 환어하고 같은 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황궁’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그러나, 독립국의 위용을 드높이고 동도서기(東道西器)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했던 고종의 ‘경운궁 프로젝트’는 일제에 의해 강력하게 저지당했다. 고종은 황제의 자리를 강제 양위한 후, 1919년 덕수궁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덕수궁 프로젝트>는 다양한 시간의 층위를 가진 채 파란만장한 사건의 현장이었던 덕수궁 곳곳에 한국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제작 의뢰하여 설치한 것이다. 중화전, 함녕전, 덕홍전, 석어당, 정관헌 등 전각과 후원에서 총 9개의 작업이 이루어졌다. 미술가, 음악가, 무용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하였고, 조각 작품의 설치 외에도 사운드 아트, 공연, 퍼포먼스 등 여러 종류의 관객참여적 ‘활동’이 수반되었다.
▲ 참여작가 : 김영석, 류재하, 류한길, 서도호, 성기완, 이수경, 이정화, 임항택, 정서영, 정영두, 최승훈 박선민, 하지훈

이번 기획전시에는 덕수궁 내 함녕전(서도호작가), 덕홍전(하지훈작가), 덕홍전 행각 터(최승훈,박선민작가), 중화전 행각(성기완작가), 중화전(류재하작가), 석어당(이수경작가), 정관헌(정서영작가), 숲(최승훈, 박선민작가) 가 맡아서 작품을 전시했다.

함녕전은 1897년 고종의 침전으로 지어졌으며, 1904년 대화재 이후 복원된 건물이기도 하다. 고종은 1907년 황제의 자리를 강제 양위 당한 후 주로 함녕전 동온돌에서 거처하시다가, 1919년 이곳에서 승하했다.

서도호작가는 고종의 기운이 가장 많이 묻어 있는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을 무대로, 예술가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해 작품을 선보였다. 고종이 주무실 때 '보료 3채'를 깔았다는 궁녀들의 증언을 영감의 출발점으로 삼아,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의 고리고리를 연결해 가며, 리서치, 설치 작품 제작 및 퍼포먼스, 영상작업등을 동반했다.

덕홍전은 함녕전의 바로 옆에 자리한 일종의 편전이다. 원래 명성황후의 신주를 모시는 혼전인 '경효전'이 있던 곳을 한일병합 후인 1912년 개조하여 덕홍전으로 고쳐 부른 것이다. 원래 신성한 '터'였던 곳을 일본인 통치자의 접견 장소로 변형시키면서, 바닥을 입식 구조로 바꾸고 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 실내의 인공 조명과 외부의 자연광은 바닥 표면의 불규칙적인 반사효과를 더욱 증폭시킨다. <사진 = 김태욱>

하지훈작가는 이런 공간을 바닥에 크롬도장의 좌식 의자를 가득 설치하여, 실내의 벽면과 천정 장식이 의자의 표면에 다시 '반영'되도록 했다. 실내의 인공 조명과 외부의 자연광은 바닥 표면의 불규칙적인 반사효과를 더욱 증폭시킨다. 관객이 이 황홀한 공간을 서성이는 가운데 사운드 아티스트 성기완의 음악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최승훈과 박선민작가는 한때 행각으로 빽빽하게 채워졌을 것이나 이제는 텅 비어버린 덕수궁의 한 켠에 크리스털 블록을 이리저리 펼치고 쌓아 올렸다. 이 세상 모든 종류의 결정은 오랜 동안의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경과를 거쳐 어느 순간 하나의 완벽해 보이는 형태로 결정된 것이다.

경운궁의 정전인 중화전은 1902년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상당히 위엄있는 건물로 건립됐다. 당시에는 중화문을 포함한 삼문구조와 행각 128칸을 제대로 갖추었으나, 차츰 훼철된 후 현재에는 중화문의 오른쪽 코너에 약간의 행각이 남아있을 뿐이다.

성기완작가는 궁권의 '배후'공간일지도 모르는 이 행각의 주변적 위치에 주목했다. 그는 이 곳에서 창덕궁 낙선재본으로 전하는 조선왕실의 소설들 중 '화문록', '천수석'의 흥미진진한 대목을 전문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녹음하여 들려준다. 소설의 구절을 듣다 보면 관객은 조선시대 왕가와 귀족의 일상적 소일거리를 훔쳐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경운궁 중화전은 1902년 2층짜리 건물로 건립되어 1904년 채 2년도 되지 않아 대화재로 소실되었다. 이후 1층의 현재 건물로 중건되었다. 대한제국시대 독립 자주국의 위용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건물이었지만, 이내 불어 닥친 국가의 불운을 감내하고 묵묵하게 지켜만 봐야 했다. 류재하작가는 역사의 영욕을 간직한 중화전의 전면에 미디어 영상을 쏘아 올렸다. 중화전의 앞마당인 조정의 박석에는 교차하는 레이저들의 선들이 가득 깔렸다. 바닥에서 2층의 월대를 거쳐 중화전 건물로 이어지는 거대한 영상효과는, 주변을 거니는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존재와 비존재, 생성과 소멸, 빛과 어둠이 그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을 명상적 차원으로 이끌고 있다.
▲ 덕수궁에도 가을이 찾아 색색이 물들고 있다. 사진=김태욱

석어당은 경운궁의 시원을 이루는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1593년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피신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와 이곳에 머물면서 궁의 역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608년 선조가 석어당에서 승하했고, 광해군 시대에는 인목대비가 이곳에서 약 5년간 유폐되기도 했다.

이수경 작가는 덕수궁의 비극적 운명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소박한 건물에 눈부신 눈물조각을 설치했다. 마치 눈물 한 방울이 응결된 것 같은 이 조각은 수 천 개의 LED 조명에 의해 굴적되고 반사되면서 형체를 알아 볼 없다. 슬프지만 지극히 아름답고, 빛나지만 잘 보이지 않는 이 역설적인 조각은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 삶을 꾸려갔던 수 많은 궁궐 속 여인들의 운명을 표상했다.

석어당은 임진왜란으로 피신갔다가 돌아온 선조가 거처했던 곳이고, 광해군 시대 인목대비가 유폐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원형을 보존하여 오다가 1904년 경운궁 대화재로 불탄것을 복원했다. 김영석작가는 사연을 담은 석어당의 방들을 아름답고 여성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빼곡하게 방을 채운 개화기 시대의 가구와 공예품들은 모두 작가의 컬렉션이다. 또한 석어당 앞마당에서 이정화작가의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행복과 불행은 그 경계가 없으며, 끝도 시작도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정관헌은 1900년경 러시아 건축가 세레딘 사바친이 설계했던 것으로 외부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한국의 정자와도 같다. 정서영작가는 '현대성'의 요소를 또 한번 겹쳐 놓았다. 정관헌 내부에 기왕 존재하는 가구들 사이로 다각형의 거울 조각을 끼워 넣기도 했고, 이 가구들을 덕수궁 미술관 내부로 내보낸 후 빈 자리를 한 명의 퍼포머로 대신 채워 넣기도 했다. 정관헌의 뒷마당에서는 세상의 각종소리를 음악적 요소로 불러들이는 사운드 아티스트 류한길의 공연이 짧은 모노드라마와 함께 펼쳐졌다.


덕수궁의 연못가의 숲은 한 때 궁궐 안의 다양한 업무를 관장하는 궐내각사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던 공간이다. 1930년대 일제에 의한 덕수궁의 공원화 사업으로 이 일대의 행정 건물들이 대부분 사라졌고, 1960년대에는 연못 일대가 행정 건물들이 대부분 사라졌고, 1960년에는 연못 일대가 스케이트장으로 탈바꿈되기도 했다. 연못을 판 흙으로 자연스레 형성된 둔덕 위에 오래된 나무들이 자리를 잡았다. 낮에도 우거진 나무들로 그늘이 형성되는 이 자그마한 숲 속에 최승훈과 박선민작가는 그림자 놀이 영상을 설치했다.
창문 틈으로 혹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사물을 만나 느린 그림자를 만든다. 사물의 움직임이 빛과 그림자의 경계를 천천히 가른다. 그 사소하고 평범한 사건을 오랫동안 바라보면, 뜻밖에도 그 순간이 경이롭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된다.


전시작가 : 김영석, 류재하, 류한길, 서도호, 성기완, 이수경, 이정화, 임항택, 정서영, 정영두, 최승훈 박선민, 하지훈 전시일정 : 2012. 09.09 ~ 12. 02
관 람 료  : 3,000원
전시장소 : 덕수궁미술관 및 덕수궁 경내
전시문의 : 덕수궁미술관/ T. 02-2188-6000



<글 : 강성남,  사진 : 김태욱 기자>
[김태욱,강성남 기자 suk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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