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의 모든 존재는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초원의 제왕인 사자조차 얼룩말을 잡은 후 편안하게 먹지를 못한다. 독수리가 하늘을 날기 시작하고, 하이에나가 하나 둘 모여든다. 하이에나가 열 마리 이상 모이면 아무리 사자라 해도 힘들게 잡은 먹이를 두고 도망칠 수 밖에 없다. 경쟁자와의 목숨을 건 투쟁, 그것이 바로 자연계의 법칙이다. 그 투쟁에서 승리하고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경쟁자보다 잘 하는 것은 무엇이고, 경쟁자가 나보다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있는 유명한 말인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 에서 적을 알고 나를 안다는 것은, 바로 적의 장점과 단점, 나의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단점이 없는 완벽한 존재가 있을까. 장점은 언제든 단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은 언제든 장점으로 바뀔 수 있다. 덩치가 큰 타자는 힘이 좋아서 홈런을 잘 칠 수 있지만, 대부분 발이 느려서 주루플레이는 제대로 할 수 없다. 키가 작은 공격수는 헤딩 슛을 넣기는 힘들지만, 빠른 발로 드리블 돌파를 잘 할 수는 있다. 난쟁이 전사가 거인 전사와 1대1로 싸워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쟁이 전사의 장점은 스피드가 빠르다는 것이요, 단점은 팔이 짧고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거인 전사의 장점은 팔이 길고 힘이 세다는 것이요, 단점은 느리고, 무기에 공격 당할 수 있는 범위가 크다는 것이다. 난쟁이 전사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거인 전사의 단점을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기는 칼이나 창보다는 활이 좋을 것이다. 빠른 발로 도망 다니면서 활을 쏴야만 이기기 쉽기 때문이다. 거인 전사와 창칼로 맞부딪쳐 싸우는 건 곧 죽음이다.
조선시대까지 우리 군대에서 활이 주무기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산악지대가 많아서 말을 타고 싸우기가 어렵고, 개인의 체격 또한 작은 편이었다. 인구도 많지 않아서 대부분 적은 병력으로 많은 수의 적을 상대해야 했다. 말을 타고 쳐들어오는 유목민족이나 많은 수의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군대를 이기기 위해 산악지형을 최대한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험한 산 위에 산성을 쌓고 활을 쏘며 대항하면 말을 탄 유목민족도 쉽게 올라올 수 없고, 소수로도 다수의 병력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우리 민족이 중국에 흡수되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중국의 진나라가 멸망한 후 항우와 유방의 쟁탈전이 치열했을 때, 한신은 배수진을 쳐서 조나라를 평정한 후, 조나라의 성안군에게 자신의 군대를 무찌를 수 있는 계책을 냈던 광무군을 사로잡은 후 스승으로 모신다. 그리고는 연나라와 제나라를 평정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데, 연나라와 제나라를 치는 것은 잘못된 계책이라고 말하면서 광무군이 했던 말이 바로, "군사를 잘 쓰는 사람은 이쪽의 단점을 가지고 적의 장점을 치지 않고, 이쪽의 장점을 가지고 적의 단점을 칩니다."이다. 파죽지세의 한신군이었지만, 오랜 싸움으로 지쳐있는 것이 단점이었고, 연나라나 제나라 군대는 성안에서 편안히 지키고 있는 것이 장점이었기에 단점으로 장점을 치는 것은 나쁜 전략이라는 것이다. 고로 광무군은 지쳐있던 군대와 조나라를 어루만진 후 한신군의 장점을 사자를 통해 연나라에 알리면 연나라는 복종할 수 밖에 없다는 계책을 냈다. 광무군의 말대로 한신은 군대를 쉬게 하고, 조나라를 안정시킨 후 사자를 연나라로 보내 간단히 연나라를 복종시킨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아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내가 지닌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전시키면 적은 노력으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내가 못하는 분야에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타인과 비교해서 내가 지닌 뛰어난 능력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교육의 핵심이다. 그러나 천재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 능력은 숨겨져 있기에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통해 그 능력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떤가? 서로 다른 능력을 타고난 수십 명의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몰아넣고 똑같은 걸 가르치고 있다. 음악성이 풍부한 아이든 축구를 잘 하는 아이든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든 시를 잘 쓰는 아이든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를 똑같이 배우며 좋은 대학에만 가려고 애쓴다. 자신이 타고난 능력이 무엇인지도 모르고...부자인 부모를 만난 아이는 학원이든 고액과외를 하든 유학을 가든 자신의 능력을 찾아낼 기회가 많지만, 가난한 부모를 만난 아이는 오직 학교 안에서나 자신의 능력을 찾아내서 발전 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지금 가능한가?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두운 가장 큰 이유다. 선생님은 학생이 타고난 능력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줘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우리 선생님들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가? 결국 우리의 아이들은 어려운 길을 돌아 스스로 부딪치며 어렵게 어렵게 자신이 지닌 뛰어난 능력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몇 명이나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능력을 찾아낼 수 있을까.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 의무감 때문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대부분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