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언제나 정권 말기가 되면 기업인과 정치인의 비리문제가 터지곤 한다. 이명박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인은 돈이 필요해 기업인에게 접근하고, 기업인은 새로운 사업기회와 이권 등이 필요해 정치인에게 접근한다. 이러한 정치인과 기업인의 공생관계는 그 역사가 길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말기 여불위라는 큰 상인은 진(秦)나라의 태자인 안국군의 둘째 아들 자초가 조나라에서 볼모로 있으면서 생활이 어려워 실의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보다 더 장사에 능통한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만약 돈으로 나라의 임금을 사서 그 나라를 평정하면, 몇 배의 이익이 생길까요?" 여불위의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말로 할 수 없지."
여불위의 노력으로 자초는 안국군의 태자가 되고, 안국군은 소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지만 1년 만에 죽어 태자 자초가 왕위에 오르니 이 사람이 장양왕이다. 장양왕은 여불위를 승상으로 삼고 문신후에 봉했으며, 하남 낙양의 10만 호를 식읍으로 줌으로써 자신을 왕위에 오르게 해 준 은혜를 확실하게 갚는다. 여불위의 집에는 하인이 만 명이나 있었고, 빈객이 3,000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장양왕은 즉위한지 삼 년 만에 죽고, 태자 정이 왕위에 오르니 바로 진시황이다. 진시황은 처음엔 여불위를 상국으로 삼고 중부라고 부르며 존중했지만, 태후와 사사로이 정을 통한 노애의 반란사건이 여불위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자 여불위를 관직에서 내쫓았다. 여불위는 진시황이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 결국 독주를 마시고 죽는다. 여불위는 사람에게 투자해 진나라의 승상 자리까지 올라 돈과 권력을 모두 붙잡는데 성공했지만, 최고의 정점에서 지혜롭게 처신을 못함으로써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여불위의 삶은 정치인과 기업인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 끝은 대부분 좋지 못하다는 것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친 관계가 좋게 끝날 리가 있을까. 맹자라는 책의 첫부분인 양혜왕편엔 양혜왕과 맹자의 문답이 실려 있다. 양혜왕이 "내 나라를 이롭게 해주시겠습니까?" 라고 묻자 맹자는 "왕께서는 하필 이(利)를 말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며 상하가 서로 이익만을 취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거라고 덧붙인다. 모기업에게 검은 돈을 받은 정치인이 높은 자리에 오르면 그 기업에게 막대한 이권과 특혜를 줄 것은 당연한 일이요, 그만큼 낭비되는 건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앞으로도 계속 될 정치인과 기업인의 공생관계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 시키고, 차단할 수 있을까. 아무리 열린 행정을 펼치고, 감시 기구를 설치한다 해도 권력은 결코 스스로를 감시할 수 없으니 결국 그 역할을 해야 할 곳은 언론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 언론은 광고 수익 때문에 대기업의 수족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대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뉴스를 실으면 바로 대기업의 광고가 끊겨 버리니 누가 마음껏 올바른 뉴스를 실을 수 있겠는가. 대기업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는 언론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그래서 중요하다.
정치가 깨끗하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인 곳은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막연히 경제만 잘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치가 건강하고 올바르게 제 역할을 하지 않는 한 경제는 모래 위에 쌓은 성일 뿐이다. 언제나 위태롭다. 스스로 설 수 있는 언론을 만들어서 대기업과 권력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건 결국 국민이지만,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 우리 국민에게 그런 노력을 할 여유가 있을까. 이명박 정권 말기, 그래서 더욱 어둡다.